해외자원개발, 공기업이 제 역할해야[기고/신현돈]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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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돈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

한국은 에너지원의 95% 이상을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는 자원 빈국으로 그 수입액은 매년 120조 원을 상회한다. 에너지 자원의 안정적인 공급과 확보는 필수적이며, 이를 달성하기 위한 유일한 대안은 바로 해외자원개발이다. 해외자원개발이 다양한 국가를 대상으로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면 에너지 자원 도입처의 다변화, 간접적인 자원 비축, 에너지 자원의 안정적 수급 등에 기여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대부분의 자원개발이 국영기업을 비롯한 대기업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자원개발의 특징인 고위험성과 장기적인 사업 추진, 산업의 긴 사이클을 고려하면 대규모 선순환 구조를 갖춘 기업만이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구조를 갖추기 위해선 장기간에 걸쳐 일관성을 갖고 지속적인 사업 추진이 가능해야 한다. 이 점을 고려하면 자원개발에서 공기업의 필요성과 존재 이유는 너무나 분명하다.

대부분의 에너지원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자원개발 공기업은 국가를 대신해 에너지 자원 확보와 안정적인 수급을 책임지고 있다. 이는 수익성만 우선시하는 민간 기업을 통해서는 한계가 있다. 더욱이 자원개발의 초입 단계에 머물러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공기업을 통한 사업 추진이 좀 더 적합하다.

지난 35년간의 우리나라 해외자원개발 역사를 되돌아보면, 자원 가격의 변동기에 견딜 수 있는 선순환 자원개발 체계를 제대로 구축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이를 구축할 수 있는 대규모 투자도 10년 넘게 지속적으로 이루어진 적이 없었다.

더욱이 최근 자원 가격의 하락기와 맞물려 자생력을 잃고 고사 지경에 이르렀다. 잘못하다간 그동안 어렵게 축적한 중요한 경험과 시스템이 물거품처럼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오히려 지금처럼 가격이 낮을 때 에너지 자원 확보를 위해 적극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

해외자원개발에 있어 자원 가격 변동에 대한 선순환 구조를 갖추는 것도 필수적이다. 일괄조업 체계가 갖추어지지 않은 한국석유공사나 한국광물자원공사의 부채비율이 높고, 해외자원개발과 천연가스 도입 사업을 함께 추진하고 있는 한국가스공사의 부채비율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을 주목할 만하다. 가스공사는 장기적인 자원 가격 변동에 생존이 가능한 선순환 구조를 갖추고 있다.

자원개발 역사가 짧은 한국으로선 성공적인 해외자원개발을 위해 공기업이 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국가가 필요로 하는 최소한의 자원 확보라는 공공성뿐만 아니라 지속가능한 선순환 구조가 갖춰지기 전까지 공기업 중심의 해외자원개발 형태가 적합하다. 민간 부문의 투자도 활성화해 에너지 자원 확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소 잃고 외양간도 못 고치는 어리석음을 반복하지 말자.
#에너지 자원#해외자원개발#공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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