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강 외교도 ‘여풍(女風)’ 강세…미·일·중·러 외교 주무과장 모두 여성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8일 22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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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남성 외교관들의 주요 무대로 여겨졌던 외교부 내 한반도 4강(미국·중국·일본·러시아) 양자외교 핵심 보직에 ‘금녀의 벽’이 허물어지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장관이 2017년 취임한 이후 여성 외교관들이 잇따라 4강 외교 주무과장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여풍(女風)’의 위세가 더욱 강해지는 모습이다.

●첫 여성 북미1과장시대 임박
이방카 트럼프 미 백악관 선임 고문과 면담하고 있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김태진 북미국장, 박은경 보좌관
이방카 트럼프 미 백악관 선임 고문과 면담하고 있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김태진 북미국장, 박은경 보좌관

한미 양자외교를 총괄하는 외교부 북미1과장에 여성 외교관이 처음으로 내정됐다. 주인공은 강경화 외교부장관을 수행하고 있는 박은경 현 장관보좌관(42·외무고시37회)이다. 이르면 추석 전 발령이 날 것으로 보이는 박 보좌관은 올해 초까지 북미1과에서 차석을 지냈으며, 강 장관을 보좌해왔다.

박 보좌관의 인사가 확정되면 외교부 창설 72년 만에 여성 외교관들이 4강 양자외교를 담당하는 주무과장을 여성 외교관들이 모두 거친 셈이 된다. 2014년 당시 일본 업무를 총괄하는 동북아1과장(현 아시아태평양1과장)에 오진희 현 주체코한국대사관 공사참사관이 첫 4강 외교 담당 여성과장으로 임명된 이후 그간 남성 외교관들이 독차지했던 4강 외교 실무관리를 여성 외교관들이 휩쓴 형국이다.

이선아 전략조정지원반 팀장(43·외시35회)은 지난해 2월부터 지난해 2월 여성 첫 동북아2과장(현 동북아1과장)에 올랐다. 올해 7월까지 1년 5개월 간 한중 관계를 최전선에서 다룬 이 팀장은 현재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외교부 내에 신설된 전략조정지원반에서 한국의 외교 전략을 검토·수립하는 실무를 총괄하고 있다.
여성 최초 중국 양자외교를 총괄하는 동북아2과장(현 동북아1과장)을 지낸 이선아 전략조정지원반 팀장
여성 최초 중국 양자외교를 총괄하는 동북아2과장(현 동북아1과장)을 지낸 이선아 전략조정지원반 팀장

이 팀장은 “최초의 동북아1과장(중국과장)과 전략조정지원반 팀장이 될 수 있었던 건 외교부 선후배들의 도움 덕분”이라며 “앞으로 외교부 내 여성 과장의 증가가 단순히 외적인 이미지 차원이 아니라 국익 중심의 외교를 전개해 나가는 데에도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러시아 외교에도 여풍

지난달 부임한 이민경 신임 아태1과장(45·외시35회)도 여풍의 주역이다. 이 과장은 독도 영유권 분쟁을 전담했던 국제법률국 영토해양과장 근무경험을 되살려 한일 간 갈등해소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도 받고 있다.
일본 양자외교 업무를 맡은 이민경 외교부 아시아태평양1과장
일본 양자외교 업무를 맡은 이민경 외교부 아시아태평양1과장

러시아 및 유라시아 지역 외교에서도 여성세가 부각되고 있다. 권영아 유라시아 과장(47·외시 36회)은 6자회담에서 러시아어 통역을 담당했던 언어 특기자이기도 하지만, 다른 4강 과장들이 정무에만 집중하는 것과 달리 경제·통상까지 총괄하고 있다. 권 과장은 “여성 외교관이어서 힘든 것보다 미중일에 비해 이해도가 떨어지는 러시아나 유라시아 외교의 중요성을 설득하는 게 더 힘들다”고 말했다. 일부 젊은 여성사무관들 사이에서는 험지를 자원해 근무하고 전문성을 쌓아가는 권 과장을 롤 모델로 삼는다는 후문도 나온다.
러시아 및 중앙아시아 5개국과의 외교, 경제통상을 총괄하고 있는 권영아 유라시아 과장.
러시아 및 중앙아시아 5개국과의 외교, 경제통상을 총괄하고 있는 권영아 유라시아 과장.

외교부는 올해 상반기 기준 본부 과장급에 보임된 여성 비율을 32%로 채우면서 당초 2022년까지 26.8%로 늘리겠다는 ‘외교부 여성관리자 임용확대 5개년 계획’을 조기 달성했다. 외교부 직원 내 여성 비율도 42.4%다. 외교부 관계자는 “4강 여성과장 탄생은 여성 외교관 비율이 늘면서 생긴 자연스러운 현상이기도 하지만 능력 중심으로 중용된다는 게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질적인 변화도 있다. ‘양자외교는 남성, 다자외교 무대는 여성’으로 눈에 보이지 않던 외교부 내의 유리천장이나 프레임을 깼다는 얘기도 들린다. 2005년 처음 외교부에 입부하는 여성들의 비율이 절반을 넘어가면서 다양한 외교 분야에 주목하고 전념하는 이들도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2019년 국립외교원 출신 외교부 입부자도 여성(22명)이 남성(21명)보다 앞섰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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