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망이 인플레’ 강타한 공인구… 입 마르는 3할 단골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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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고타저로 작년 34명서 올해 20명
10년 연속 노리는 손아섭 0.292… 2년간 3할2푼 넘은 이대호 2군행
박용택은 부상으로 규정타석 미달… 양의지는 역행 ‘포수 타격왕’ 눈앞

양준혁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현역 시절 ‘방망이를 거꾸로 잡고도 3할을 치는 타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양 위원은 거포인 동시에 정교한 타자였다. 프로에 데뷔한 1993년부터 2001년까지 9년 연속 3할 이상을 기록했다. 양 위원의 기록이 대단했던 것은 당시만 해도 3할 타자가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1993년부터 1996년까지 KBO리그의 3할 타자는 시즌당 채 10명도 되지 않았다. 팀당 한 명 정도만 3할을 쳤다.

3할 타자가 쏟아지기 시작한 건 제9구단 NC와 제10구단 KT가 본격적으로 KBO리그에 참가한 2014년 즈음이다. 구단 수 증가로 투수층이 얇아진 데다 공인구의 반발력까지 좋아지면서 3할 타자가 급증했다. 2013년 16명이던 3할 타자는 2014년엔 배 이상인 36명으로 늘었다. 2016년에는 역대 최다인 40명의 3할 타자가 탄생했다. 팀당 4명꼴이다. 한 팀의 라인업이 9명임을 감안하면 주전 선수 절반가량이 3할 타자였다는 의미다.

2017년과 2018년에도 ‘탱탱볼 시즌’이 이어지자 KBO는 올해부터 반발력을 줄인 공인구를 도입했다. 3일 현재 3할 타자 인플레는 어느 정도 가라앉은 것으로 보인다. 이날까지 KBO리그의 3할 타자는 모두 20명이다. 이대로라면 2013년 이후 6년 만에 10명대의 3할 타자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화끈한 야구가 사라졌다는 불만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정상적인 상황으로 돌아가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3할’이 정교한 타자의 평가 척도로 다시 자리매김한 것이다. 이 같은 추세 속에 3할 타율의 단골손님들도 고전하고 있다.

대표적인 선수는 롯데 중심타자 손아섭이다.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9년 연속 3할 타율을 기록한 손아섭은 3일 삼성전에서 4타수 2안타를 쳤지만 타율은 0.292에 머물고 있다. 10년 연속 3할을 위해선 남은 경기에서 타율을 더 끌어 올려야 한다. 같은 팀 이대호 역시 3할 타율 달성이 어려워졌다. 세 차례나 타격왕 타이틀을 차지했던 그는 메이저리그 도전을 마치고 돌아온 2017년부터 2년 연속 3할 2푼 이상을 기록했지만 올해는 타율 0.284, 15홈런, 86타점으로 부진하다. 최근에는 2군행을 통보받았다.

지난해 KBO리그 사상 최초로 10년 연속(2009∼2018년) 3할 타율을 기록한 LG 박용택은 잇단 부상에 발목이 잡혔다. 불과 52경기밖에 출전하지 못하면서 기록 연장도 사실상 힘들어졌다. 지난해 타율 0.334에 44홈런을 때리며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된 두산 김재환도 올해는 타율 0.285, 14홈런에 머물러 있다.

이에 반해 ‘투고타저’의 흐름을 거스르는 팀과 선수도 있다. 키움은 무려 4명의 3할 타자(이정후, 샌즈, 서건창, 김하성)를 앞세운 불방망이를 과시하고 있다. LG 역시 3명(김현수, 채은성, 이천웅)이 3할 이상을 기록 중이다. 반면 삼성은 3할 타자가 한 명도 없다.

125억 원의 사나이 NC 양의지는 포수라는 포지션에도 불구하고 0.362의 타율로 이 부문 선두를 달리고 있다. 양의지가 그대로 타격 1위를 확정지으면 1984년 이만수(당시 삼성)에 이어 35년 만에 포수 타격왕이 된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kbo리그#롯데 이대호#nc 양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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