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불협화음’ 댄 코츠 DNI 국장 끝내 사임…후임에 트럼프 충복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29일 11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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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댄 코츠 미국 국가정보국장을 접견 하는 모습. 사진출처-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댄 코츠 미국 국가정보국장을 접견 하는 모습. 사진출처-뉴시스
북한과 이란, 러시아 등 외교안보 이슈를 놓고 도널트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충돌해온 댄 코츠 국가안보국(DNI) 국장이 끝내 사임했다. 사실상 경질된 그의 후임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충복으로 평가받는 정보 분야 비전문가가 내정되면서 ‘국가기밀의 정치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8일(현지 시간) 새 국가정보국장에 존 래트클리프(공화당·텍사스) 하원 의원을 지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트위터에 이를 밝히면서 “댄 코츠 DNI 국장이 다음달 15일 퇴임할 것”이라는 사실도 전했다. 행정부의 고위 인사 교체를 또 다시 트위터로 알린 것이다.

코츠 국장은 1월 상원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북한이 핵무기를 완전히 포기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밝혀 트럼프 대통령의 비핵화 낙관론에 제동을 걸었던 정보기관 수장이다. 러시아, 이란은 물론 지난해 말 시리아 철군 등 중동 정책을 놓고도 트럼프 행정부와 엇박자를 냈다. 지난해 애스펀 안보포럼에서는 토론 도중 진행자로부터 “트럼프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워싱턴으로 초청해 정상회담을 추진 중”이라는 말을 전해 듣자 한숨을 쉬며 어이없다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가 이후 해명 성명까지 내야 했다.

코츠 국장은 이런 불협화음 때문에 교체설에 시달렸고, 3월에는 실제 주변에 사임 의사를 밝힌 적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자신을 감싸주던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만류로 국장정보국장 자리를 유지했으나 결국 지난주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하면서 최종 사의를 밝혔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그는 최근 국가안보 분야의 중요한 정책결정 과정에 배제돼 있었으며, 이로 인한 고립감을 느끼고 있었다고 한다.

외신들은 후임인 래트클리프 의원이 코츠 국장처럼 트럼프 행정부와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도 마다하지 않고 정보의 분석과 평가에 있어 균형감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상원의 인준을 통과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라는 것. 래트클리프 의원은 테러 담당 검사 출신이기는 하지만 정보 분야의 경험은 없다.

미국의 2020년 대선을 앞두고 정보기관이 러시아의 대선개입 가능성을 민감하게 들여다보고 있는 시기라는 점도 우려를 키우고 있다. 지난주 의회 청문회에서 증언한 로버트 뮬러 전 특별검사는 “내년 대선에서도 러시아의 개입이 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하원 법사위원회 소속인 래트클리프 의원은 당시 청문회에서 “러시아의 개입을 확인할 근거가 없다”며 뮬러 특검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그는 뮬러 특검의 보고서가 힐러리 클린턴 전 대선후보를 지지하는 변호사들이 작성한 근거없는 보고서라고 비판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을 적극적으로 엄호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래트클리프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눈 먼 충성을 보였기 때문에 선택된 것이 분명하다”며 “초당파적인 정보 분야 전문가가 요구되는 자리에 그런 당파적 인사를 앉힌다면 상원은 큰 실수를 하게 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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