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 “올해를 축산환경 개선 원년 삼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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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과에 ‘축산환경개선팀’ 신설 등, 가축분뇨-악취 줄이기 대책 시행
정읍-순창-익산지역 등 18곳엔 미생물 냄새저감제 우선 지원키로

서울에서 호남고속도로를 이용해 전북에 내려올 때 충남과 멀지 않은 익산시 왕궁면 근처에 이르면 차창을 뚫고 들어오는 지독한 악취를 맡고 전주가 가까워졌음을 알게 된다. 고속도로변에 있는 왕궁 축산단지에서 나오는 가축분뇨 악취 때문이다. 최근에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을 하려면 돼지 분뇨 냄새를 견뎌야 한다”며 국민연금공단이 있는 전북혁신도시의 악취 문제를 꼬집는 기사가 해외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산업화에 뒤져 대규모 산업시설은 적지만 깨끗한 환경만은 잘 보존됐다고 자랑하던 전북의 청정 이미지는 구호로만 남게 된 지 이미 오래다. ‘청정 전북’의 곳곳을 한 걸음 더 들어가면 농촌 산촌 할 것 없이 축산분뇨와 악취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조류인플루엔자(AI)와 구제역 등 동물 전염병이 번지면 집단사육이 많은 전북이 어느 지역보다 큰 피해를 입기도 한다.

닭 2800만 마리, 오리 200만 마리, 돼지 123만 마리, 소 35만7000마리. 전북 도내에서 사육하는 가축 수다. 전국 17개 시도 중 가축 규모 순위로는 오리가 2위, 닭이 3위, 소와 돼지가 4위다. 특히 정읍 익산 김제 등은 전국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최고의 축산 밀집지역으로 꼽힌다.

이처럼 전북의 축산 규모가 늘어난 것은 쌀값 하락과 원예작물의 심한 가격 변동으로 어려움을 겪게 된 농민들이 상대적으로 현금을 만지기 쉬운 축산에 너나없이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동남아시아 등에서 온 값싼 노동력을 쉽게 구할 수 있게 되고 축산 자동화로 가축 사육이 쉬워진 것도 축산업 확장에 한몫했다.

전북도가 올해를 축산환경 개선 원년으로 선포하고 가축분뇨와 냄새 줄이기 대책을 강력하게 시행하겠다고 24일 밝혔다. 전북도는 축산 농가들이 생산성 위주로 투자해 환경시설이 열악한 데다 밀식사육으로 인해 자체 처리 기준을 넘는 과잉분뇨를 냄새 발생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양돈농가들이 분뇨를 돈사 안에 장기간 보관하고 충분히 삭지 않은 분뇨퇴비를 살포하는 점도 지적됐다.

전북도는 축산과에 축산분뇨와 악취 저감 업무를 담당하는 ‘축산환경개선팀’을 신설하고 환경 분야와 새만금지원단과 합동으로 기동팀을 구성할 계획이다. 모두 18곳(정읍 4곳, 순창 3곳, 익산 2곳 등)의 축산악취 심각지역에 미생물 냄새저감제를 우선 지원하기로 했다. 전북혁신도시에 영향을 미치는 김제용지 축산단지에는 축사 안개분무 시설과 유기질 퇴비 공장, 액비처리시설을 설치할 계획이다.

축산악취 심각지역은 축사 매입을 통해 악취 문제를 해결해 나갈 방침이다. 축사 매입에 드는 예산은 총 900억 원가량으로 산란계 농장 450억 원, 돈사와 우사 매입에 450억 원이 들 것으로 추산됐다.

악취저감 대책은 축사시설 현대화사업 및 정보통신기술(ICT) 융복합사업과 병행해 효율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악취저감 대책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농장은 사업 선정 1순위로 추천하고, 악취방지 시설 설치 계획이 없는 축산 농가는 지원하지 않기로 했다. 양돈농가에서는 전자인계관리 시스템을 활용한 분뇨 발생량 확인이 이뤄진다. 규정보다 많은 분뇨가 배출된 농가에는 각종 지원을 제한한다.

최재용 전북도 농축수산식품국장은 “축산악취 문제는 그동안 우리 축산이 양적 성장에만 초점이 맞춰진 결과”라며 “주변 환경과 이웃을 배려하는 축산업에 포인트를 맞추고 강력한 악취저감 대책을 실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축산환경 개선#가축분뇨-악취 줄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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