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김덕중]표현의 자유는 양보 못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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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중 한국정치문화연구원 회장·전 가천대 객원교수
김덕중 한국정치문화연구원 회장·전 가천대 객원교수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음양으로 ‘표현의 자유’가 위협받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표현의 자유야말로 민주주의 헌정체제에 있어 그 핵심적 가치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현 정부가 국민 다수에 의한 촛불혁명에 힘입어 탄생했음을 스스로 강조해 오고 있는 것을 보면 표현의 자유 제약은 이율배반의 위선과도 같은 느낌이 든다.

가령 종합편성채널을 의무송출 대상에서 배제시키겠다는 방송통신위원회 방침은 다른 무엇보다도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사례로 꼽힌다. 한 꺼풀만 더 벗겨 보면 방통위의 이런 결정은 정부 측에 비판적인 일부 종편의 보도를 차단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되고 있음이 엿보인다. 또 지금 정권 홍보에 노골적으로 나서고 있는 지상파 방송 편들기에 다름 아니라고 본다.

이 밖에도 가짜뉴스를 걸러낸다며 일부 보수층의 유튜브 방송 단속 법안을 만들려다 야당 측에 의해 제동이 걸린 일을 상기해 볼 때 정부 측 표현의 자유 제약 시도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차제에 표현의 자유를 수정헌법 제1조에 반영할 만큼 이 자유의 수호에 나서고 있는 미국 연방대법원의 관련 판례 한두 가지를 소개해 본다.

첫째로, 한 시민이 도심 한복판에서 성조기를 불태우며 소리쳤다. “나는 정부의 베트남 전쟁 개입을 반대한다.” 그는 제1, 2심에서 국기 오손죄(汚損罪)로 유기징역형을 선고받았지만 연방대법원이 무죄 평결을 내렸다. 비록 국기를 소각했지만 이게 전쟁 반대란 표현의 한 수단이었다는 점을 그 이유로 들었다.

둘째로, 한 시민이 미국 국경일에 성조기를 토막 내 조끼를 만들어 입고 거리를 활보했다. 그는 연방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아무런 의견 표시가 없었다는 게 그 까닭이었다. 민주주의 수호를 소리 높여 외치고 있는 우리의 현 진보정권이 새삼 참고할 걸 당부한다. 종편의 의무송출 배제, 유튜브 단속 의지 등을 철회해 표현의 자유를 손상하지 말 것을 권고한다.

돌이켜 보면 한국의 경우 오랜 세월에 걸쳐 표현의 자유가 절멸되다시피 했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3공, 전두환 독재정권의 5공 동안에 무슨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었겠는가. 오죽하면 대법원의 표현의 자유와 관련한 판례집 하나 변변한 게 없는 형편이다. 1987년 민주화 이후로도 우리 모두는 타성에 젖어 숭고한 민주시민의 자유를 스스로 지켜내지 못한 게 사실이다. 이제부터라도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권리 위에 잠자면 그 권리는 박탈되고 마는 법이다.
 
김덕중 한국정치문화연구원 회장·전 가천대 객원교수
#종편 의무송출 배제#방송통신위원회#가짜뉴스#유튜브 단속 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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