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정유산업, 54년만에 日 제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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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하루 정제량 307만배럴 첫 역전… IEA “2025년엔 20% 격차” 전망

한국 정유산업이 올해 처음으로 원유 정제량 기준에서 일본을 제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1964년 첫발을 뗀 지 54년 만이다.

2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올해 한국 정유업체들의 원유 정제량은 일평균 307만6000배럴로 일본(304만 배럴)을 3만6000배럴 앞설 것으로 추정된다. 원유 정제량은 원유를 가공해 뽑아내는 휘발유, 경유 등 각종 석유제품의 생산량을 의미한다. IEA는 2025년에는 한국 302만6000배럴, 일본 248만 배럴로 20% 이상 격차가 벌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 정유산업은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 따라 설립된 대한석유공사가 1964년 4월 1일 하루 평균 3만5000배럴을 생산할 수 있는 울산공장을 가동하면서 시작했다. 당시 일본의 원유 정제능력은 191만7000배럴로 한국보다 50배 이상 큰 규모였다. 이후 일본의 정제능력 규모는 1976년 564만 배럴로 정점을 찍고 1983년부터 감소세로 돌아섰다.

반면 한국은 꾸준히 규모를 키우며 1996년 처음으로 일평균 정제능력이 200만 배럴을 돌파했다. 지난해 말 기준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4대 정유기업의 정제능력은 324만6150배럴로 일본(334만2860배럴)을 턱밑까지 추격했다. 여기에 한국이 공장 가동률에서 앞서면서 정제량 추월로 이어진 것이다.

업계에서는 두 나라의 전략 차이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 정유산업을 수출산업으로 육성했다. 4개 정유사가 울산과 여수, 서산과 인천 등에 5개 공장을 대형화하며 정제능력과 고도화(정제 후 남은 원유로 다시 고부가 제품을 생산하는 것) 용량을 키워왔다. 정제능력 기준 세계 5대 정유공장 중 3곳이 한국에 있다. 수출 비중은 업체별로 42∼71%에 이른다.

반면 일본은 26개의 소규모 정유공장을 지어 각 지역에 적시에 공급하는 전략을 썼다. 하지만 국내 수요가 감소하면서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고, 정부가 정유기업 수익성을 맞추기 위해 설비 감축을 유도하면서 생산량도 줄어드는 추세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정유산업#원유#대한석유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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