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소설로 생생히 재현한 18세기 일본의 풍경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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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코프의 천 번의 가을(전 2권)/데이비드 미첼 지음·송은주 옮김/548쪽·1만5800원/292쪽·1만3800원·문학동네

1799년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의 사무원이던 야코프 더주트는 일본 나가사키에 위치한 인공섬 데지마에 도착한다. 총길이가 120m에 불과한 이 섬은 당시 쇄국정책을 고수한 일본이 유일하게 서양과의 교류를 허락한 곳이었다.

야코프의 목표는 하나. 몇 년간 돈을 모은 후 고향으로 돌아가 사랑하는 여인 안나와 결혼하겠다는 것뿐이었다. 그러다 산파 일을 하는 일본인 여성 오리토와 우연히 마주친다. 데지마에서 서양 의술을 배우던 그녀는 얼굴 한쪽에 화상 흉터가 있었지만 영리하고 아름다운 여성이었다.

야코프는 망설임 끝에 마음을 전하는 편지를 통역관인 오가와 씨에게 부탁해 오리토에게 전달하려 하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그녀는 아버지가 남긴 빚 때문에 지역의 영주이자 지체 높은 승정인 에노모토의 산사(山寺)에 팔려 가는 처지가 되고 만다. 하지만 이 산사는 기형이나 흉터가 있는 여성들을 모아놓고 반인륜적인 범죄를 저지르는 엽기적인 곳이었다. 한때 오리토의 정혼자였지만 집안의 반대로 다른 여성과 결혼할 수밖에 없었던 오가와는 그녀를 구하기 위해 길을 나선다.

영국 출신 작가이지만 8년간 일본에서 영어를 가르친 경험과 치밀한 고증 덕에 18세기 일본의 풍경이 손에 잡힐 듯 생생히 그려진다. 실재한 역사와 소설가의 상상력을 영리하게 뒤섞으며 흡입력 강한 이야기를 뽐내는 역사소설의 매력을 잘 보여준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야코프의 천 번의 가을#데이비드 미첼#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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