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궁중회화 ‘기사계첩’ 보물서 국보로 승격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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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종의 기로소 입소 행사 그려… 화려한 채색-절제된 묘사 ‘일품’

기사계첩에 실려 있는 기사사연도(耆社私宴圖). 화려한 채색과 섬세하고 절제된 묘사로 궁중연회 모습을 그렸다. 문화재청 제공
기사계첩에 실려 있는 기사사연도(耆社私宴圖). 화려한 채색과 섬세하고 절제된 묘사로 궁중연회 모습을 그렸다. 문화재청 제공
18세기 조선 궁중회화의 대표작인 ‘기사계첩(耆社契帖)’이 국보로 승격된다.

문화재청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소장 중인 보물 제929호 ‘기사계첩’을 국보로 지정 예고한다고 22일 밝혔다. 기사계첩은 숙종이 59세였던 1719년 기로소(耆老所)에 들어간 것을 기념한 행사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궁중화원이 만들었으며 1720년 최종 완성됐다. 기로소는 70세 이상의 정2품 이상 직책을 가진 노년의 문관을 우대하던 기관이다. 숙종은 지위가 왕이었기 때문에 태조 이성계가 60세에 들어간 전례에 따라 숙종도 59세에 입소했다.

기사계첩은 총 5장의 행사 그림과 기로소 문신 임방(1640∼1724)이 쓴 서문, 경희궁 경현당 연회 때 숙종이 지은 글, 대제학 김유(1653∼1719)의 발문, 기로소 문신 11명의 명단과 이들의 반신 초상화, 축시 등으로 구성돼 있다. 계첩의 크기는 가로세로 59.5×79cm이다.

이 중에서도 계첩에 수록된 그림은 화려한 채색과 섬세하고 절제된 묘사, 명암법을 적절하게 사용해 사실성이 돋보이는 얼굴 표현 등 조선 후기 궁중행사도 중에서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첩의 마지막 장에 제작을 담당한 도화서 화원 김진여(金振汝), 장태흥(張泰興) 등 실무자들의 이름이 기록된 것도 다른 궁중회화에서는 찾기 어려운 특징이다.

문화재청은 “원형을 거의 상실하지 않았을 정도로 보존 상태가 좋고, 그림의 완성도가 매우 높아 조선시대 궁중회화의 대표작으로 손색이 없어 국보로 승격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밝혔다. 한편 문화재청은 이날 ‘고려 천수관음보살도’, ‘제진언집 목판’, ‘묘법연화경’ 등 3건을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궁중회화#기사계첩#국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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