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섬유장비 무상지원… “돈 안들이고 원단 개발”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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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주 섬유마을 ‘소공인 지원센터’
144개 업체 대부분 하청-임가공… 전국 첫 도시형 공동인프라 구축
판로-자금-마케팅-교육도 도와
소공인들 “대출심사 완화해주고 폐기물 처리 문제 개선해주길”

21일 경기 양주시 한국섬유소재연구원에서 연구원 관계자가 다양한 패턴과 모양의 환편물을 개발하는 ‘고효율 스마트 환편기’ 가동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이경진 기자 lkj@donga.com
21일 경기 양주시 한국섬유소재연구원에서 연구원 관계자가 다양한 패턴과 모양의 환편물을 개발하는 ‘고효율 스마트 환편기’ 가동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이경진 기자 lkj@donga.com
21일 오전 11시 10분경 경기 양주시 남면의 한국섬유소재연구원 3층 회의실. 섬유 원단 제조업을 운영하고 있는 제일씨앤씨 조성현 대표가 기업지원 안내 책자를 보며 자금 지원과 판로 개척에 대해 관계자와 상담을 하고 있었다. 조 대표는 “지난달 문을 연 ‘소공인 특화지원센터’ 덕분에 돈을 안 쓰고 원단 개발을 많이 하고 있다”며 “앞으로 해외수출 비중을 높여 더 큰 시장에서 기술력으로 승부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달 17일 전국 최초로 문을 열어 한 달이 지난 ‘양주 섬유마을 도시형소공인 집적지구 공동 인프라 및 소공인 특화지원센터’에 소공인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양주시 남면의 섬유마을은 섬유편직과 염색, 가공업체 144개사가 모여 있는 곳으로, 지난해 9월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도시형소공인 집적지구’로 지정됐다.

도시형소공인 집적지구는 ‘도시형소공인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직원 수가 10명 미만의 소공인 수가 읍면동의 경우 40개사 이상이면 시도의 신청에 따라 검증, 평가를 거쳐 중기부가 지정한다. 양주 섬유마을은 국비와 도비, 시비를 합쳐 총 22억 원의 예산이 투입돼 ‘공동인프라 및 특화지원센터’를 구축했다. 전국적으로 집적지구로 지정된 곳은 16곳이 있으나 ‘도시형 소공인 집적지구 공동인프라 구축’이 된 것은 양주가 전국에서 처음이다.

양주와 포천, 동두천 지역은 세계적인 고급 니트 생산 집적지다. 전국 섬유산업의 61%를 차지하고, 경기지역 섬유산업 사업체 수도 연평균 4%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지만 대부분 업체는 하청 임가공 위주의 영세 소규모 공장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한국섬유소재연구원 건물에는 소공인을 위한 기술력을 높이고 가격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공동 장비들이 설치돼 있다. 본관 1층에는 섬유에 고부가가치 기능성을 부여하는 ‘섬유 기능성 가공기’가 있고, 본관 3층으로 가면 섬유피혁의 미세구조를 분석하고 원단을 크게 확대해 불량품을 분석해주는 ‘주사 전자현미경’(FE-SEM)이 있다. 이인열 한국섬유소재연구원 본부장은 “소공인들에게 필요한 고가의 공동활용 장비를 들여와 소공인들이 기술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관 2층에는 다양한 패턴과 모양의 환편물을 개발하는 ‘고효율 스마트 환편기’와 원단 표면의 품질을 높이는 ‘원단표면 가공기’ 등이 있다. 신관 3층에는 소공인들의 제품을 홍보하는 전시 홍보관과 40여 명의 인원을 수용하는 교육실이 있어 집적지구 내 섬유소공인을 위해 교육과 컨설팅, 마케팅 등 다양한 지원을 한다. 특히 한국섬유소재연구원 내에 ‘섬유제품 유해물질 시험분석소’가 함께 들어서 기업들의 경영 개선과 연간 1200건의 KC인증 시험지원을 하고 있다.

장밋빛 청사진에도 불구하고 부족한 점도 적지 않다. 우선 문제는 재원이다. 현재 소공인 업체가 신청할 때 담보와 신용도 등 자격기준이 미달돼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다. 소공인들은 10인 미만인 업체의 수준을 감안해 역량과 기술력에 맞춰 대출심사 평가기준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섬유 폐기물 처리방법 개선 문제도 해결할 과제다. 양주지역에 허가된 소각장 시설이 있으나 직접 폐기물을 받지 않고 인허가를 받은 중간 폐기물처리업체를 통해서만 반입이 허용되고 있어 소공인들의 근로환경이 열악한 상황이다. 카펫 제조업을 운영하는 김영록 대표는 “한 달에 4t 정도의 섬유폐기물이 나오고 있는데, 최근에 처리비용이 급상승해 100만 원 넘게 지출되고 있다”며 “원활한 폐기물 처리 방법 문제는 소공인에게 꼭 필요한 지원”이라고 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소공인들의 어려움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섬유패션마을 모델을 전국적으로 확산해 우리나라 섬유산업 소공인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겠다”고 말했다.

양주=이경진 기자 lkj@donga.com
#고가 섬유장비 무상지원#돈 안들이고 원단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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