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핵타선 막아낸 ‘19세 히어로’… “타자 누군지 생각 않고 뿌렸죠”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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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 4차전 맹활약 넥센 이승호

처음 경험한 포스트시즌에서 2경기 7과 3분의 1이닝 2실점으로 호투한 이승호는 “어릴 때부터 꿈꿔왔던 무대에서 공을 던지고 삼진도 잡았다는 게 아직 신기하고 얼떨떨하다”고 말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처음 경험한 포스트시즌에서 2경기 7과 3분의 1이닝 2실점으로 호투한 이승호는 “어릴 때부터 꿈꿔왔던 무대에서 공을 던지고 삼진도 잡았다는 게 아직 신기하고 얼떨떨하다”고 말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볼넷이 많았던 게 제일 아쉬워요…. 친구들이랑 내기를 할 때도 절대 피하기 싫어하는 성격인데….”

프로야구 넥센 이승호(19)는 스스로에게 부족한 점을 한참 늘어놓았다. 태어나 처음 경험한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2경기서 7과 3분의 1이닝 동안 2실점(평균자책점 2.45)으로 호투했다는 사실은 이미 까마득히 잊은 듯했다. 20일 전화로 인터뷰한 그는 “체력이 안 돼서 후반에 공에 힘이 빠졌다. 겨울에 체력 훈련을 열심히 해서 100구를 지치지 않고 던질 수 있게 만들겠다”며 각오를 불태웠다.

KIA와 한화를 꺾고 플레이오프에 오른 넥센은 SK에 2승 3패로 패해 한국시리즈에는 진출하지 못했지만 포스트시즌을 통해 유망주 이승호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승호는 지난달 31일 SK와의 플레이오프 4차전에 선발 등판해 4이닝 무실점으로 4-2 승리를 견인했다. 팀이 1승 2패로 벼랑 끝에 몰렸지만 이승호는 쉽게 흔들리지 않았다. 지난해 KIA에 입단해 넥센으로 옮긴 그는 팔꿈치 수술로 올해 6월 처음 1군 마운드에 섰다. 그는 “경기 전에 많이 긴장했다. 그래도 ‘내가 아니라 누가 던져도 지면 끝’이라고 생각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결과가 어떻든 내 공만 던지자는 마음으로 마운드에 올랐다”고 말했다.

이승호는 이날 1회 볼넷을 연달아 내줬지만 최정, 로맥, 이재원으로 이어지는 SK 강타선을 삼진, 땅볼, 삼진으로 처리했다. 그는 강타자 최정이 타석에 들어서자 주눅 들기보다는 마음을 다잡았다. “정말 무서운 타순이었지만 그 순간에는 타석에 누가 서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당시 SK 힐만 감독은 “이승호가 정말 잘 던졌다. 카운트가 유리할 때나 불리할 때나 잘 싸웠다”며 칭찬했다. 이용철 KBS 해설위원은 “어린 선수가 큰 무대에서 위축되지 않고 잘 던졌다. 넥센으로서는 큰 수확이다. 내년이 더 기대되는 선수다”라고 평했다. 그를 오래 지켜본 한 스카우트는 “어릴 때부터 팔 스윙이 부드럽고 변화구에 대한 감각이 있었다. 타자를 가리지 않고 자신의 투구를 하는 담력도 큰 장점이다”라고 말했다.

이승호의 바깥쪽 체인지업은 우타자에게 주무기로 통한다. 이날 SK를 상대로 이승호가 잡은 삼진 5개 중 3개는 체인지업을 결정구로 사용했다. 이승호는 “어릴 때부터 우상인 류현진 선배를 보며 체인지업을 잘 던지는 좌투수가 되고 싶었다. 어떤 공이든 힘들이지 않고 던지는 투구 폼은 정말 훔치고 싶다”고 말했다.

32경기 1승 3패 4홀드 평균자책점 5.60으로 데뷔 시즌을 마무리한 이승호에게는 아직 과제가 많다. 볼넷 비율을 줄이고 선발로 긴 이닝을 끌어갈 수 있도록 체력을 기르는 게 급선무다. 그는 “나도 모르는 뭔가를 감독님이 보셨기 때문에 올 시즌 1군에서 뛸 수 있었던 것 같다. 기대에 걸맞은 선수가 되도록 해야 할 일을 하다 보면 제구도 잡히고 체력도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더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프로야구#포스트시즌#넥센#이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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