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역 상수도 물이 줄줄 새나간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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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상수도 누수율 서울의 17배… 해마다 625억원 땅속으로 사라져
땜질식 노후관 교체-보수공사 등… 예산 모자라 체계적인 정비 못해

제주지역 상수도 문제로 수돗물이 40% 이상 땅 속으로 버려지고 있다. 누수율을 낮추기 위해 정비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예산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주도 제공
제주지역 상수도 문제로 수돗물이 40% 이상 땅 속으로 버려지고 있다. 누수율을 낮추기 위해 정비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예산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주도 제공
제주지역 상수도에서 날마다 물이 새 나가면서 비용을 낭비하고 있는데도 대책은 거북이걸음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내년 예산을 증액해 숨통을 틔웠지만 제주도의회 승인이 필요하고 관련 예산을 해마다 확보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제주도는 상수도 누수를 막으려고 내년 예산 400억 원을 편성해 상수관망 블록 구축, 노후 상수관로 정비, 생산량 관리 유량계 및 수압 관리 감압밸브 설치 등을 추진한다고 20일 밝혔다. 지난해 예산 125억 원, 올해 128억 원에 비해 대폭 올렸다. 올해 수준의 예산으로는 상수도 누수율을 2% 정도 낮추는 효과밖에 없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제주도상하수도본부에 따르면 2016년 제주지역 상수도 누수율은 41.1%로 서울의 2.3%에 비해 무려 17배가량 높은 수치이다. 전국 평균 10.6%와 비교해도 4배가량 높다. 제주지역 17개 정수장에서 생산하는 연간 수돗물 1억6172만 t 가운데 6643만 t가량이 땅속으로 스며들고 있는 것이다. 수돗물 생산원가 t당 941원을 기준으로 하면 누수로 인해 연간 625억 원가량이 사라지고 있다.

정수장에서 생산된 수돗물이 제주도민에게 도달해 요금 수입으로 받아들이는 수량의 비율인 유수율은 2016년 기준 45.7% 수준이다. 17개 시도 평균 84.8%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체계적인 상수도관망 정비와 관리를 하지 않고 땜질식 노후관 교체와 보수공사 등으로 문제를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누수를 잡아내는 탐사 작업도 광범위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사정이 이런데도 제주도는 45.5%에 불과한 상수도 유수율을 76.9% 등으로 조작해서 발표하다가 2015년 감사에서 진상이 밝혀졌다. 유수율이 70% 이하로 떨어지면 상수도 정비와 관련한 국비 지원을 받지 못할 것을 우려해 거짓 자료를 꾸민 것이다. 실상이 드러난 뒤 제주도는 2016년부터 2025년까지 3934억 원을 투자해 유수율을 85%로 높인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한국수자원공사와 손잡고 제주시 오라동과 애월읍, 서귀포시 토평동 등 3개 지구를 대상으로 누수 탐사를 거쳐 상수도관을 정비하는 ‘상수도관망 최적 관리 시스템’을 시범 도입한 결과 애월읍에서 24%에 불과했던 유수율이 85%로 높아지는 등 효과를 봤다.

제주도는 시범사업 효과가 나타나자 한국수자원공사와 올해 1월 ‘상수도 유수율 제고를 위한 기본협약’을 체결했다. 계획대로 이행하면 하루 평균 7만6000t의 물을 절약해 수돗물 생산 비용 962억 원, 대체 수원 개발 비용 1404억 원 등 모두 2366억 원을 절감할 수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내년 제주시와 서귀포시 동 지역으로 상수도 유수율을 높이는 사업을 확대한다. 본격적으로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 문제는 지속적인 예산 확보다. 국비 지원이 어려워 다양한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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