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어린이과학동아 별별과학백과]‘메이드 인 스페이스’… 우주공장서 만든 물건은 어떤 모습일까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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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무중력 이용하는 방법

○ 무중력을 이용하라! 우주공장의 매력

2015년 7월 메이드 인 스페이스가 무중력 상태에서 3D 프린터를 시험하는 모습. ⓒMade In Space
2015년 7월 메이드 인 스페이스가 무중력 상태에서 3D 프린터를 시험하는 모습. ⓒMade In Space
“지구는 인류의 거주 지역으로 청정하게 남기고, 우주에 대규모 공장을 건설해야 한다.”

2016년 미국 물류업체 아마존의 대표이자 민간우주기업 블루오리진의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는 미국에서 열린 정보기술(IT)학회 ‘코드’에 참가해 우주공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어요. 제품을 만들기 위해 지구에서는 한정된 자원인 화석이나 석유 등을 써야 하지만, 우주에서는 24시간 태양 에너지를 쓸 수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지요.

우주공장을 제안한 건 베이조스가 처음은 아니에요. 이미 전 세계 과학자들은 우주공장을 실현하기 위해 수십 년째 활발히 연구하고 있었답니다. 태양 에너지를 이용하는 것 외에도 우주공장은 장점이 많거든요. 특히 대기와 중력이 없는 환경이 필요할 때, 우주공장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장소가 된답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다양한 물질의 결정을 만들어내는 일을 들 수 있어요. 결정은 원자들이 규칙적으로 배열된 고체 상태의 물질로, 결정의 모양에 따라 물질의 성질이 달라지지요. 이를테면 탄소 원자의 배열에 따라 흑연이 되기도 하고 다이아몬드가 되기도 하는 것처럼요.

과학자들은 1970년대부터 우주정거장에서 결정을 만드는 실험을 진행해 왔어요. 결정을 이루기 위해서는 원자와 원자 또는 분자와 분자가 밀고 당기는 힘이 중요한데, 지구에서는 중력이 강해 그 힘을 정확하게 측정하기 어렵거든요.

또 지구에서는 따뜻한 공기가 위로 올라가고 차가운 공기가 아래로 내려오는 대류 현상이 일어나는데, 이 때문에 결정을 이루는 입자들도 움직여요. 그 결과 고른 결정이 만들어지기 어렵지요. 하지만 우주공장에서는 대류가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답니다.

충남대 이창수 교수는 “우주에서 결정끼리 겹치거나, 불순물이 섞이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우주에서는 물질의 정확한 구조를 알아낼 수 있고, 이를 의약품 등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답니다.

○ 우주에서 만든 인공심장을 이식받는다

촛불을 켜면 따뜻해진 공기가 위로 올라가며 불 모양이 길쭉해진다(왼쪽). 하지만 중력이 없는 우주에선 이런 대류가 일어나지 않아 촛불이 둥글다(오른쪽). ⓒNASA
촛불을 켜면 따뜻해진 공기가 위로 올라가며 불 모양이 길쭉해진다(왼쪽). 하지만 중력이 없는 우주에선 이런 대류가 일어나지 않아 촛불이 둥글다(오른쪽). ⓒNASA
이제 곧 우주에서 온 심장을 이식받는 시대가 올지도 몰라요. 미국 기업 테크샷이 2019년까지 우주에서 인공심장을 만들어내는 걸 목표로 하고 있거든요.

지구에서 3차원(3D) 프린터로 인공장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특수 화학물질이 들어간 바이오 잉크가 필요해요. 그렇지 않으면 바이오 잉크에 포함된 세포가 중력의 영향을 받아 납작하게 퍼져버리기 때문이지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 테크샷은 우주산 인공심장을 만드는 실험을 거듭하고 있어요. 먼저 테크샷은 2016년 비행기를 타고 올라가다가 떨어지며 약 30초 동안 무중력 상태를 만든 뒤, 그동안 3D 프린터로 인공심장을 찍어내는 데 성공했지요. 테크샷의 3D 프린터가 무중력 상태에서도 작동하는지 확인한 거예요.

3D 프린터로 찍어낸 다음 과정도 중요해요. 바이오 잉크로 3차원 구조를 찍어내면 이후 줄기세포가 원하는 조직으로 분화하면서 장기의 모양을 만들어야 하거든요. 이를 위해 테크샷은 우주에서도 줄기세포가 잘 분화하는지 확인하는 실험을 하고 있어요. 지난해 줄기세포를 스페이스X의 화물로켓 ‘드래건’에 실어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보냈고, 다시 이 세포를 지구로 가져와 분석할 계획이랍니다.

생활용품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도 이뤄지고 있어요. 일반적으로 물과 기름을 섞으면 서로 섞이지 않아 두 층이 분리돼요. 하지만 실제론 두 종류의 물질이 잘 섞여 있는 경우가 더 많지요. 우유, 크림, 마요네즈, 화장품 등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생활용품 대부분이 그런 것들이지요.

이 물질들도 시간이 아주 오래 지나면 두 층으로 분리돼요. 물과 기름의 성질을 띠는 물질들이 각자의 성질을 버리지 못하고 서로를 밀어내기 때문이지요. 과학자들은 이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우주로 떠났어요. 생활용품을 만드는 미국 기업 P&G와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과학자들이 손잡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지요.

○ 우주공장을 우주에서 짓는다

문엑스 컨스트럭션팀이 2015년 열린 미국항공우주국 (NASA)의 3DP 챌린지 1차 경연에 제출했던 화성 기지의 이미지. ⓒMoonX Construction
문엑스 컨스트럭션팀이 2015년 열린 미국항공우주국 (NASA)의 3DP 챌린지 1차 경연에 제출했던 화성 기지의 이미지. ⓒMoonX Construction
망원경이나 위성 등 우주에 떠 있는 대형 구조물은 대부분 크기가 수 m에서 수십 m까지 거대한 편이에요. 그래서 로켓의 한정된 공간에 싣기 위해 접히는 구조로 만들고, 되도록이면 가볍게 설계하지만 한계가 있지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기업 ‘메이드 인 스페이스’는 3D 프린팅 우주 건설 시스템 ‘아키노트(Archinaut)’를 개발하고 있어요. 아키노트는 건축가(architect)와 우주비행사(astronaut)를 뜻하는 영어 단어를 합친 ‘우주 건축가’라는 뜻이지요. 아키노트 시스템이 개발되면 우주 공간에서 기계가 스스로 3D 프린터로 부품을 만들고 로봇팔로 이를 조립해 대형 구조물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답니다.

우리나라에도 유일하게 우주건설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연구팀이 있어요. 바로 한양대 건설환경공학과 이태식 교수팀이지요. 이 교수팀은 한국건설기술연구원과 함께 ‘문엑스 컨스트럭션’이란 팀을 꾸리고 우주기지를 3D 프린팅하기 위한 기술을 개발했어요. 그리고 NASA에서 개최한 3D 프린팅 건설기술대회 ‘3DP 챌린지 2차 경연’에 참가해 종합 3등을 차지했답니다.

이 교수팀은 실제 우주에서도 건설재료를 공급하기 쉽도록 달 복제토와 플라스틱을 활용한 3D 프린팅 기술을 개발했어요. 화산현무암을 70%, 재활용 플라스틱을 30% 섞었지요. 그리고 240도 이상으로 가열해 녹인 뒤 3D 프린팅 했답니다. 재료에 물을 섞지 않아 프린트에서 나오자마자 딱딱하게 굳으며 벽돌이 만들어지는 게 특징이에요. 본래 건설재료인 시멘트를 만들기 위해서는 물이 필요한데, 우주에선 물을 구하기 어려우니 물 없이 건설재료를 만드는 방법을 개발했답니다.

신수빈 어린이과학동아 기자 sbshin@donga.com
#우주의 무중력 이용#메이드 인 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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