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유영민]韓-佛과학기술 협력의 새 지평을 열며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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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프랑스 국빈방문 기간엔 제40회 파리 20km 국제 마라톤 경기가 있었다. 무리를 지어 뛰는 선수들을 보면서 우리나라 과학기술은 어디쯤 뛰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우리는 선진국 추격형 연구개발(R&D) 전략을 통해 멀리 있는 선두그룹의 실루엣을 보면서 쉼 없이 달려왔다. 보통 마라톤 경기는 혼자 뛸 때보다 함께 뛰는 선수가 있을 때 기록이 좋다. 과학기술의 국제협력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선두그룹에서 주변 선수들과 함께 뛰어야 할 때이다.

우리나라 과학기술은 과거 해외로부터의 기술 이전과 공동 개발을 통해 세계적 수준에 진입했다. 그 과정에서 프랑스와의 과학기술 협력은 많은 역할을 했다. 한국 고속철도는 2013년 차세대 고속열차 해무가 시속 421.4km를 기록하며 자체 기술로 세계 4위 수준의 철도 기술을 갖추게 되었다. 그 바탕에는 1994년 프랑스 고속철도 XP제베(TGV) 기술 도입이 있었다. 22번째 위성 보유국으로 우리나라 위성 개발의 문을 연 우리별 위성 1호는 1992년 프랑스 아리안 로켓을 통해 프랑스령 쿠루 우주센터에서 발사되었으며, 프랑스 에어버스사와 협력을 통해 개발한 천리안 위성 1호는 천리안 위성 2호의 국내 독자개발을 위한 토대가 되었다. 이처럼 그동안의 협력과 신뢰를 바탕으로 이번 프랑스 국빈방문 기간에 양국은 앞으로의 과학기술 협력 활동을 약속하였다.

첫 번째로 “한-프랑스 과학기술 협력 액션플랜”을 마련했다. 양국은 기존 우주·에너지 분야 협력을 더욱 활성화하고, 인공지능(AI)·기후변화·신소재기술 등 협력의 폭을 더욱 넓히기로 합의했다. 특히 양국 정부가 함께 연구비를 조달하여 인공지능 분야에 지원하는 공동연구 사업을 신설하고, 인공지능 분야를 시작으로 빅데이터, 5세대(5G), AI로 대표되는 지능화 인프라 기술 협력과 국민 삶의 질을 높이는 응용분야 협력 등 4차 산업혁명 대응을 위해 함께 협력할 것이다.

두 번째로 대학 간 과학기술 분야 학생 교류를 활성화하기로 했다. 한국의 5개 과학기술 특성화대학과 프랑스의 6개 공과대학이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학교별로 연간 4명씩 40여 명의 학생이 상호교류의 기회를 갖게 되었다. 국제협력은 활발한 인적 교류에서 시작된다. 공교롭게도 젊은 시절 프랑스에서 공부한 항공우주연구원 원장과 포스텍 총장이 이번 출장에 동행하였다. 젊은 과학자의 교류가 활발해질수록 양국의 신뢰와 협력의 폭은 두터워질 것이다. 가까운 미래에 교환 학생들이 중견 연구자로 성장했을 때 양국의 과학기술 관계를 더욱 돈독히하는 매개 역할을 할 것이라 확신한다.

세 번째로 각국의 위성을 이용해 얻은 기후관측 자료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공동연구에 활용하는 우주기후관측소 구축에 협력하기로 했다. 오늘날 과학기술의 국제협력 필요성은 날로 증가하고 있다. 전 세계가 겪고 있는 기후변화 문제는 어느 한 나라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하기 힘들다. 우주기후관측소는 30여개 국 우주 기관들이 참여하는 국제 플랫폼으로 발전하여 전 세계가 직면한 기후변화 문제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협력할 것이다.

이번 한-프랑스 문화행사에서 말로만 듣던 방탄소년단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전 세계 팬들이 방탄소년단을 비롯한 케이팝에 모이는 것처럼 우리 과학기술이 인재를 끌어들이고, 세계 혁신을 주도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이번에 약속한 프랑스와의 과학기술 협력을 속도감 있게 이행해 나가도록 하겠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중소벤처기업#기업#과학기술정보통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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