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백화점-유치원 붕괴… 건물은 왜 무너지는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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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이 무너지는 21가지 이유/함인선 지음/272쪽·글씨미디어·1만5800원

커다란 건물이 무너져 소중한 생명을 앗아가는 사고는 당사자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환멸을 일으킨다. 집은 물론이고 직장, 쇼핑몰, 학교, 유치원까지 우리가 늘 일상에서 마주하는 공간이 언제라도 흉기로 변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그래서 사고가 일어나면 사람들은 가장 먼저 범인 색출에 나선다. 그 범인을 비난하고 응징하면 잠시나마 마음은 편하다. 그러나 사고를 만든 수많은 복합적 원인들은 어둠에 묻혀버린 채 다시 사람들을 공포에 밀어 넣을 날을 기다린다.

이 책은 그동안 수없이 되풀이되어 온 진부한 ‘안전 불감증’을 질타하고 실질적인 대책을 제공한다. 건물의 소비자이자 목숨을 맡기고 있는 시민 스스로가 건축에 관한 지식을 갖추자는 것이다. ‘열 포졸이 도둑 하나를 못 잡는다’는 말처럼 책상에 앉아 있는 공무원 열 사람보다 현장을 지나는 눈 밝은 시민이 사고를 막는다는 논리다.

그 일환으로 건물 붕괴를 초래하는 대기업과 초국적 기업의 이기주의, 한국 건설회사의 불합리한 구조 등을 소개한다. 2부에서는 건물의 붕괴 원인을 7가지 요소와 21가지 이유로 나누어 설명한다. 또 건물의 구조에 관한 기본적 원리와 내용을 설명해 더 이상 순간의 분노에 그치지 말자고 제안한다.

사고는 과학이라는 지적도 의미심장하다. 자연의 법칙은 화난다고 천재지변을 일으키거나 불쌍하다고 봐주지 않기 때문이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건물이 무너지는 21가지 이유#함인선#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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