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지 않는 성장엔진’… 법정관리 회사를 흑자로 만들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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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구미에 위치한 ㈜오리엔트정공 본사 전경.
경북 구미에 위치한 ㈜오리엔트정공 본사 전경.
불과 7년 전만 하더라도 법정관리 위기에 빠진 회사가 올해 매출 1000억 원을 바라보고 있다. 오리엔트그룹의 일원으로 강소기업의 면모를 회복한 오리엔트정공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오리엔트정공은 현대·기아자동차의 10여 종의 차량에 듀얼 클러치 변속기(DCT) 부품을 공급 중이다. DCT 수요 증가로 인해 구미 공장에 2개 라인을 증설하여 풀가동 중이다. 늘어나는 주문량에 맞춰 라인을 추가해야 하는 상황이다. 해당 부품 매출은 올해 오리엔트정공 매출의 30%를 차지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5년 내에 오리엔트정공 DCT 부품을 쓰는 차종은 29∼38종으로 늘어나게 된다.

구동 부품 외에도 섀시 파트로 확장되고 있다. 완벽하게 체질변화가 이뤄졌다는 평가다. 2011년 오리엔트그룹 장재진 회장이 당시 넥스텍이라는 이름을 쓰던 회사를 인수하면서 연구개발, 기술인력을 중심으로 하는 경영방침을 접목했다. 오리엔트그룹의 DNA를 심기 위해 회사 이름도 지금의 오리엔트정공으로 바꾸었다.

오리엔트 계열사의 시너지도 극대화했다. 오리엔트전자(전원공급장치 제조), 오리엔트비나(베트남 공장, 자동차부품 제조)와 함께 성장하는 모습이다.

매출 반토막에도 감원 반대… 뚝심이 통했다

변화를 겁내지 않고 과감하고 선제적인 투자를 한 결과 지금은 오리엔트정공의 전반적인 구조 자체가 바뀌었다. 그러나 그 노력은 결코 쉬운 길이 아니었다. 장 회장은 지금도 2011년 오리엔트정공을 인수할 당시를 떠올리면 머리가 지끈하다. 처음 회사를 인수했을 땐 법정관리를 면하기 위해 자금만 투입하면 된다고 했는데 생각보다 문제가 컸다.

가장 큰 문제는 전 대표의 횡령·배임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시장에선 신뢰를 잃었고, 재무건전성까지 덩달아 나빠지면서 현대차 1차 협력사 지위를 잃었으며, 상장폐지 위기도 있었다. 1987년 설립 이래 현대차의 1차 협력사로 승승장구하였으나 내부에서는 이 같은 문제가 숨겨져 있었던 것이다. 회생의 길을 찾기 어려워 보였지만 장 회장은 회사를 인수하자마자 발 빠르게 움직였다. “회사가 어려움에 처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동안 쌓아온 기술력과 직원 역량만큼은 틀림없다며 거래처를 일일이 찾아가 설득하며 다녔죠. 그러한 믿음을 주기 위해서 감원은 생각지도 않았습니다.”

매출이 반 토막 나고 적자 규모가 나날이 불어나는 가운데 외부에선 오리엔트정공의 재무건전성과 성장 가능성을 의심하는 시각이 커지는 상황에서, 장 회장은 신뢰부터 회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여기에 직원들도 화답했다. 적자 늪에 허덕이는 가운데서도 직원 월급을 꼬박꼬박 지급했고, 약속대로 감원도 하지 않자 기업을 살리기 위해 임직원이 똘똘 뭉쳤다. 기존 주력 품목 이외에도 사업 다각화에 나선다고 했을 때에는 적극적으로 기술을 배우러 다니면서 노하우를 접목하려는 시도를 하였다, 경영 판단도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전기차 부품 등 고부가가치 부품 개발에까지 성공하며 경영 정상화의 물꼬를 텄다.

오리엔트전자-오리엔트비나와의 시너지 극대화

업계에선 오리엔트정공의 전반적인 구조 자체가 좋아진 배경 중 하나로 적기의 투자를 꼽는다. 장 회장 주도로 첨단자동화 시스템이 적용된 스마트한 공장 구축에 주력한 결과 신규 아이템인 DCT의 핵심 부품 개발에 성공했다. 오리엔트정공과 오리엔트전자와 오리엔트비나 등 관계사가 기술협업 하는 것도 시너지 효과를 냈다.

장 회장은 “‘오리엔트정공-오리엔트전자-오리엔트비나’ 삼각 축의 기술 협업을 통한 생산원가 절감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베트남공장을 엔진으로 삼는 오리엔트비나의 경우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특히 하반기에 생산설비 증설을 준비하고 있는 장 회장은 “향후 베트남 영업망의 현지화 구축과 베트남 자본시장에서의 오리엔트비나 상장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끊임없는 신규 투자뿐만 아니라 기존 인프라를 이용해 공간을 활용함으로써 최소의 투자로 이익을 극대화해 내실 있는 성장으로 시너지 효과를 높인다는 구상이다.

그는 “보여주기 식의 시설투자가 아닌 기존의 불필요한 공간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기존에 가지고 있는 것을 잘 활용하는 게 창의적 발상”이라고 밝혔다. 해외 진출을 생각하는 기업들에 그는 어떤 말을 건넬까. 그는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이 해외시장 진출을 많이 하지만 뿌리는 국내에 두고 진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래야 기존 국내사업과 글로벌 비즈니스 간 서로 보완작용을 통해 조화로운 성장을 할 수 있죠.” 뿌리를 인식하고 있어야 기업의 방향도 뚜렷해진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오리엔트그룹 장재진 회장 인터뷰
“연구개발에 집중 투자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


오리엔트그룹 장재진 회장은 자동차 전장사업과 관련된 전문용어를 익숙하게 쓰다 보니 이 분야의 전문가로 아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실제로 장 회장이 가장 사업을 활발하게 펼친 영역은 바이오 분야다. 1991년 오리엔트바이오의 모태인 ‘바이오제노믹스’를 설립하고 바이오산업에 뛰어들었다. 바이오산업에서 승승장구하던 그는 사업 다각화에 나서면서 오리엔트그룹의 계열사를 현재 14개로 늘렸다.

2003년 장 회장의 그룹 브랜딩 전략은 한 시대를 풍미한 전통의 시계회사인 오리엔트를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적극적으로 인수합병(M&A)에 나서면서 오리엔트그룹을 실험동물부터 실험장비, 자동차부품, 전원공급장치(SMPS) 등을 아우르는 중견 그룹사로 성장시켰다.

그는 인수 행보를 통해서 계열사 간의 시너지를 만들어냈다. 오리엔트정공과 오리엔트전자의 협업을 통해 전기차 부품 사업을 확장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때 법정관리 위기에 빠진 오리엔트정공은 장 회장의 인수합병을 통한 시너지 전략 덕분에 기사회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업의 경쟁력은 위기나 기회에 앞서 미리 갖춰야지만 치고 나갈 수 있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처음엔 고개를 갸웃했던 업계 관계자들도 장 회장의 과감한 인수합병 행보를 이제야 이해하고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베트남에 오리엔트비나의 경쟁력 있는 생산구조를 확보하면서 오리엔트정공과 전자의 경쟁력은 더 높아질 수 있었다. 장 회장은 “글로벌 자동차 기업에서도 의뢰가 들어올 때마다 회사의 기술력을 인정받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한다.

향후 계획을 묻는 질문에 “선도적인 설비투자로 신규 시장을 확보해 나갈 계획이며 일본에 이어 글로벌 자동차 기업과도 거래를 준비 중이다”고 밝혔다. 창의적인 사고를 통해 국내외 R&D 협업과 생산 공조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꾸준히 성장한다는 계획이다. 오리엔트정공은 급성장하는 친환경 자동차 시장을 적극 공략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다.

황효진 기자 herald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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