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신보험+암보험… 2중 보장장치 든든하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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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상품 뒤집어보기]CI(Critical Illness)보험

“일찌감치 CI(Critical Illness)보험에 가입해 놓은 게 큰 힘이 된다.”

5월 중순 서울 강남에서 독립법인대리점(GA)을 운영하는 A 씨는 “판매하는 여러 보험 상품 중 본인은 어떤 상품에 가입했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에둘러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종신보험과 암보험의 장점을 결합해 놓은 게 가장 큰 매력”이라고 덧붙였다.

종신보험은 가장인 피보험자가 불의의 사고로 사망하면 유가족에게 사망보험금을 지급하는 상품으로 망자의 남은 가족들의 생활 안정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50대 중후반을 내다보는 세대에게는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은퇴생활자금 마련이나 암 발병이 더 걱정되기 때문이다. A 씨에 따르면 CI보험은 그런 점을 보완해줄 수 있는 상품이다. CI보험은 중대한 암에 걸린 경우 사망보험금의 일부를 미리 지급해줘 고가의 치료비와 생활비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장점이 알려지면서 CI보험은 2002년 국내에 처음 도입된 이후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초기엔 1년에 100만 건이 훌쩍 넘게 판매되며 메가 히트 상품이 됐다. 보험회사들이 효자 상품으로 여길 정도였다. 2000년대 들어 조기 암 발견으로 손해율이 급증하면서 보험사들에 경영 악재로 작용했던 일반 암보험과 달리 손해율도 비교적 안정적이다.

CI보험 가입자라면 반드시 알아둬야 할 사항도 있다. 금융감독원이 올해 6월 배포한 보도참고자료에 따르면 2007년 12월 B보험사가 판매하는 CI보험에 가입한 장모 씨는 지난해 10월 직장의 신경내분비세포에 발생하는 종양인 직장유암종 진단을 받았다. 장 씨는 중대한 암 진단을 받은 경우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보험 약관을 믿고 보험금을 청구했다. 하지만 B사는 이를 중대한 암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종양이 주위 조직에 침범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CI보험 약관에 따르면 중대한 암은 ‘악성 종양세포가 존재하고 주위 조직으로 침윤·파괴적 증식(암 조직이 처음 발생한 부위의 주변 조직을 파고 들어가며 증식하는 현상)으로 특징지을 수 있는 악성 종양’이다. 악성종양 중 침범 정도가 낮은 초기 전립샘암, 초기 갑상샘암 등과 경계성 종양이나 상피내암은 제외된다.

장 씨는 금감원 산하 금융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했고 위원회는 올해 4월 장 씨의 손을 들어줬다. 금융분쟁조정위원회는 “악성 종양세포가 실제 주위 조직으로 침윤·파괴했는지와 상관없이 그런 특징이 있으면 중대한 암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보험설계사들을 상대로 보험약관을 가르치는 ‘약관교실 WHY’의 윤용찬 대표는 “이번 결정은 그동안 직장유암종을 둘러싸고 분쟁이 많았다는 점에서 때늦은 감이 있지만 CI보험 가입자들에게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보험 가입자가 CI보험에 가입하기 전에 검토해야 할 사항은 이 밖에도 많다. 우선 CI보험은 특성상 민원이 많다. CI보험은 암이나 뇌중풍(뇌졸중) 등의 진단서를 발급받았다고 해서 무조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약관에 규정된 중대한 암이나 중대한 수술, 중대한 화상 및 부식의 정의에 부합해야만 한다. 그 해석을 둘러싸고 논란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다.

따라서 CI보험에 가입하려면 해당 회사의 보험금 부지급률을 미리 살피는 게 매우 중요하다. 보험금 부지급률은 생명보험협회나 손해보험협회 홈페이지에 공시돼 있다. 부지급률이란 보험금 청구 건수 중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은 비율을 말한다. 이 비율이 높은 보험사는 보험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CI보험은 또 중대한 질병 등과 관련해 고액 보장을 받을 수 있지만 보장 범위가 제한적이라는 단점도 있다. 다양한 질병으로 인한 진단, 입원, 수술 보험금을 보장받으려면 건강보험이 더 나을 수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CI보험과 건강보험의 보장 범위 및 금액을 비교한 후 보험 가입 목적에 맞는 상품을 선택하는 게 좋다.

CI보험은 동일 가입 금액의 종신보험보다 보험료가 비싸다는 점도 잊어선 안 된다. CI보험은 사망보험금의 일부를 먼저 지급받고 사망 시에는 나머지를 사망보험금으로 지급받는다. 보험금 총액은 종신보험의 보험금과 같다는 뜻이다. 여기에 CI보험은 중대한 질병 등이 발생하면 이후 보험료 납입이 면제되고 CI보험금을 선지급받을 수 있다. 그만큼 보장받는 게 많아 보험료가 종신보험보다 더 비쌀 수밖에 없는 구조다.

윤 대표는 “다른 보험상품과 마찬가지로 CI보험 역시 가입자가 약관에 대해 공부해서라도 자기 권리를 스스로 지키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보험설계사들도 약관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 가입자들의 권리를 제대로 보호해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2002년 최초 출시… 한때 1년에 100만건 이상 판매 인기▼

CI보험은 2002년 삼성생명이 최초로 출시한 이후 지속적으로 성장 발전해 왔다. 보험사들이 상품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고객의 요구를 반영하는 상품을 개발하려고 노력해온 덕분이다. 이에 따라 2000년대 중반에는 1년에 180만 건이나 판매될 정도로 인기를 끌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30만 건 안팎이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CI보험의 진화는 가장 먼저 보장 대상 질병 확대에서 시작했다. 2003년엔 기존에 보장하던 8개 질병 외에 말기 간질환, 말기 폐질환, 중대한 화상이 추가돼 11개 질병으로 보장 대상이 늘었다. 기존에 보장하던 8대 질병은 중대한 암·뇌중풍(뇌졸중)·급성심근경색증, 중대한 3대 수술, 말기신부전, 장기이식수술 등이었다.

고령화시대에 필요한 담보도 추가됐다. 2008년에는 교보생명이 장기 간병이 필요한 상태를 보장하려고 LTC(Long Term Care·장기간병보험) 담보 특약을 설정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CI담보 보장 기간도 80세까지에서 100세까지로 연장했다. 여성에게 특화된 CI질병을 보장하는 여성CI보험도 출시됐지만 큰 관심은 끌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경부터는 다중 지급 형태의 CI보험이 출시됐다. 기존 CI보험은 최초 1회의 CI질병에 대해서만 보장해 왔다. 보장 질병의 범위를 넓히는 경쟁에서 지급 횟수를 늘리는 경쟁으로 변한 것이다. 다중 지급 CI보험은 첫 번째 암 발생 이후의 재발 및 전이암도 보장받을 수 있어 인기를 끌었다.

단계별 보장 CI보험도 나왔다. 2013년 삼성생명에서 중증 질병의 단계를 세분해 최중증 CI보험을 출시했다. 또 중증 단계 이전의 CI도 보장하는 CI보험을 선보였다. 2000년대 후반에는 사망, 질병, 상해, 장기 간병 등 다양한 보장을 통합해 개인 또는 그 가족의 일생 중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위험을 보장하는 통합형 상품도 판매됐다.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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