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디에프(신세계면세점)는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반포로 센트럴시티에 두 번째 서울 시내 면세점인 ‘신세계면세점 강남점’을 열었다. 현재 강남에는 호텔롯데(롯데면세점)가 코엑스점·월드타워점를 운영 중이며, 현대백화점면세점이 오는 11월 무역센터점을 열 계획이다.
하지만 서울 시내 면세점은 이미 포화이며, 지난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여파로 급감했던 중국인 단체 관광객 역시 더딘 회복세를 보이며 업계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신세계, 차별화된 상품기획으로 승부수
신세계디에프는 18일 서울 서초구 반포로 센트럴시티 지상 1~3층, 로비층, 지하 3층 등 총 5개 층에 신세계면세점 강남점을 열었다. 신세계면세점 강남점은 영업면적 1만3570㎡ 규모다.
신세계면세점은 기존 면세점들과 차별화된 상품기획(MD)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구매 단가가 높은 개별 관광객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기 위해 슈즈, 액세서리, 시계 카테고리 고급 브랜드를 강화했다. 면세업계 최초로 슈즈 브랜드 ‘마놀로 블라닉’을 유치했으며, 이탈리아 슈즈 브랜드 ‘세르지오로시’도 단독 유치했다.
쇼핑에 재미를 더하는 시설물도 등장했다. 7m 높이 강남점 천장에는 국내 최초 3D 비디오 파사드가 설치됐다. 다국적 관광객들에게 전하는 다양한 환영인사부터 한국의 미를 3D로 영상화했다.
소셜미디어서비스(SNS) 놀이터 ‘스튜디오S’도 마련됐다. 이곳에서 중국 왕홍이나 파워 인플루언서들은 국내 중소중견 브랜드 제품 홍보 촬영을 진행할 수 있다. 특히 셀카존부터 방송존까지 일반 고객들도 특수 장비를 활용해 자유롭게 촬영을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앞서 신세계는 향후 5년간 3500억 원을 투자해 서초·강남 일대를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문화와 예술, 관광 중심지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실제 강남점 인근에는 가로수길과 서래마을, 압구정동, 이태원, 예술의 전당, 강남 성모병원, 세빛섬, 한강 등 다양한 문화·미식·뷰티·의료 관광 수요가 결집돼 있다. 신세계는 센트럴시티 내 자체 인프라와 강남 관광 인프라를 연계해 ‘강남 관광 클러스터’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신세계디에프는 신세계면세점 강남점 개점으로 현재 12.2% 수준인 시장 점유율을 최대 20%대까지 올린다는 목표로, 롯데·신라에 이어 ‘면세점 3강체제’를 더욱 공고히 한다는 전략이다.
○현대백화점면세점, ‘45년 백화점 운영 노하우’와 ‘글로벌 명품관’으로 차별화
현대백화점그룹 면세점 법인 현대백화점면세점(이하 현대면세점)은 45년간의 유통 노하우를 바탕으로 오는 11월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8~10층, 총 3개 층을 리모델링해 1만4005㎡ 규모로 면세 매장을 연다.
현대백화점면세점 무역센터점에는 약 380여 개 국내·외 브랜드가 들어선다. 8층에는 명품, 해외패션, 주얼리·시계 브랜드가 들어서며, 9층에는 수입·국산 화장품, 패션 액세서리 브랜드들로 구성될 계획이다. 10층에는 가전, 캐릭터, 유아동, 담배·주류, 식품 브랜드가 입점할 예정이다.
현대면세점은 6710㎡ 규모 ‘글로벌 명품관’을 조성해 차별화에 힘을 썼다. 다국적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무역센터점 정문 외벽에 가로 35.1m, 세로 36.1m 크기의 초대형 LED 전광판 ‘미디어 월’을 설치해 코엑스 주변 개별관광객을 사로잡겠다는 목표다. 또한 현대백화점면세점 무역센터점(코엑스점) 주변에는 현대자동차그룹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립이 예정돼있다. GBC는 잠실 롯데월드타워(555m)보다 14m 더 높아 국내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전망된다. 무역센터점 바로 옆에는 복합쇼핑몰 스타필드도 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도 브랜드 유치, 매장 콘셉트를 직접 챙기며 공을 들이고 있다. 현대백화점면세점 무역센터점은 보수적 경영으로 유명한 정 회장이 15년 만에 도전하는 그룹의 신사업 성장 동력으로 꼽힌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SM 등 연예 기획사들과 연계한 한류 마케팅을 계획 중이며, 중국인 VIP 고객을 면세점 고객으로 유치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롯데면세점, 관광·문화 상품 결합으로 1위 방어
롯데는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월드타워점과 서울 강남구 봉은사로 코엑스점 두 곳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월드타워점은 강남권에서 가장 큰 규모(1만8833㎡)로 가장 많은 브랜드(524개)가 입점해 있다. 국내에서 가장 높은 롯데월드타워 건물 안에 있다는 게 최대 강점이다. 인근에는 롯데월드 테마파크, 석촌호수, 롯데호텔이 있다.
롯데는 월드타워 및 몰과 연계한 원스톱 쇼핑 코스를 강화하고 전망대 등 관광명소를 활용할 계획이며, 카지노·SM타운·봉은사 등 문화시설 제휴강화로 코엑스점 개인관광객 유치에 힘을 쏟는다는 방침이다.
롯데는 월드타워점과 코엑스점을 동시에 방문할 수 있는 패키지 상품을 내놓고, 강남권 인근 내국인 입주민을 대상으로 특전 제공 및 주변 상권 제휴 이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다이궁 중심 면세점 매출구조…‘강남벨트’ 조성하나?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과 현대백화점면세점 무역센터점, 신세계면세점 강남점은 각각 직선거리가 4.5~14.5㎞에 불과하다. 서울 시내면세점 역시 지난 2015년 6곳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10곳에서 올해에는 13곳으로 불어났다.
일반적으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구도지만, 일각에선 긍정적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개인 관광객이 아닌 다이궁 중심의 현 면세점 매출구조 때문이다. 보따리상이라 불리는 다이궁은 짧은 시간 안에 최대한 많은 시내면세점을 찾아 목표한 물품을 ‘싹쓸이’한다.
그동안 다이궁들은 동대문 두타면세점에서 시작해 장충동 신라면세점, 소공동 롯데면세점과 회현동 신세계면세점을 들러, 용산 HDC신라면세점을 지나 인천공항을 향하는 ‘강북 루트’를 주로 활용해왔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다이궁이 적게 찾는 강남 면세점 매출은 낮을 수밖에 없었다. 실제 월드타워점 지난해 매출은 5721억 원으로 국내 면세점 중 8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최근 신세계면세점 강남점과 현대백화점 면세점 무역센터점이 들어서며 롯데면세점 두 곳과 함께 다이궁 ‘강남 벨트’가 새로 형성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명동에 면세점이 밀집돼 시너지가 났던 것처럼, 강남 역시 여러 관광 상품의 시너지를 기대해볼만 하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 단체 관광객이 완전히 풀리지 않았기 때문에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도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면세점 강북 쏠림이 강남으로 분산될 수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강북에 있던 보따리상 매출을 강남으로 오게 하려면 더 많은 혜택을 줘야 하고, 3대 명품(루이비통·에르메스·샤넬)이 신세계와 현대에 없다는 점도 영향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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