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만에 문닫은 ‘대구 1호 야시장’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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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 유치-지역경제 활성화 노린 문화관광 특화사업 연이어 좌초
중구 골목투어 ‘청라버스’도 적자… 벤치마킹 사업으로 실패 예견

17일 대구 중구 교동시장 공영주차장 옆 골목에 지난해 말 운영을 중단한 ‘교동 도깨비 야시장’의 이동식 좌판 7대가 방치돼 있다. 좌판 주변엔 쓰레기와 잡초가 가득했다. 박광일 기자 light1@donga.com
17일 대구 중구 교동시장 공영주차장 옆 골목에 지난해 말 운영을 중단한 ‘교동 도깨비 야시장’의 이동식 좌판 7대가 방치돼 있다. 좌판 주변엔 쓰레기와 잡초가 가득했다. 박광일 기자 light1@donga.com
17일 대구 중구 교동시장 공영주차장 옆 골목. 작은 바퀴가 달린 초록색의 이동식 좌판 7개가 방치돼 있었다. 주변엔 쓰레기가 널렸고, 잡초도 무성하게 자랐다. ‘교동 도깨비 야시장’이라고 적힌 글씨가 없다면 야시장 운영에 쓰였던 좌판이란 사실을 알기 어려울 정도였다. 좌판은 지난해 말 야시장 운영이 중단된 뒤부터 이곳에 놓여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중구 관계자는 “공영주차장 1층 보관소에 좌판을 보관하는 창고가 있는데 공간이 좁아 일부를 바깥에 내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구 1호 야시장’의 씁쓸한 현주소다.

대구 중구가 관광객 유치와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추진한 문화·관광 특화사업들이 연이어 좌초하고 있다. 사업에 들어간 돈만 수억 원에 달해 예산 낭비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교동 도깨비 야시장이 도마에 올랐다. 중구는 2016년 5월 13일 교동시장 북편도로 100m 구간에 야시장을 개장했다. 대구의 대표적 전통시장인 교동시장의 침체된 분위기를 살리기 위한 것으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골목형시장 육성사업 공모에 선정돼 사업을 추진했다.

야시장은 닭강정과 찹쌀탕수육을 비롯한 다양한 먹을거리와 액세서리·스카프·천연비누 등을 파는 이동식 좌판 25개를 갖추고 매일 오후 7시부터 밤 12시까지 손님을 맞았다. 개장 초기에는 반짝 흥행에 성공했다.

그러나 한 달 뒤 근처에 서문시장 야시장이 문을 열면서 인기가 급속도로 식었다. 평소 유동 인구가 적은 데다 교동시장의 낙후된 환경도 야시장 실패의 원인으로 꼽힌다. 결국 좌판 25개 중 7개만 남아 겨우 명맥을 유지하다 지난해 12월 31일을 끝으로 야시장 운영을 잠정 중단했다. 이 때문에 좌판 제작비 등 지금까지 투입한 예산 5억2000여만 원이 날아갈 위기에 처했다. 중구 관계자는 “야시장 운영을 완전히 접은 것은 아니다”며 “다른 공모사업과 연계해 재개장할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중구의 골목투어 관광버스인 ‘청라버스’도 매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중구는 2016년 4월부터 옛 전차 느낌을 살린 트롤리버스 형태의 청라버스를 운영해 왔다. 차량 제작 등에 1억2000여만 원이 들었다. 버스는 중구의 관광명소 8곳을 순환하는 코스로 하루 7회 운행한다. 3000원인 승차권을 구입하면 하루 동안 자유롭게 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16인승 청라버스의 회당 평균 탑승객은 3, 4명에 불과하다. 연간 운영 수익은 2016년 830만 원, 2017년 1350만 원, 올해 1∼6월 500만 원에 그쳤다. 반면 매년 민간위탁금으로 8000만∼9000만 원을 지원하고 있다. 중구 관계자는 “올해 말이면 청라버스 운영 위탁기관과의 계약 기간이 종료된다”며 “향후 청라버스를 마을버스 등의 형태로 변경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지역의 관광개발 분야 전문가는 “교동 도깨비 야시장과 청라버스 모두 다른 지역이나 해외의 사례를 벤치마킹한 것”이라며 “지역의 특성과 현장의 수요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따라하기식으로 사업을 추진하면 실패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박광일 기자 light1@donga.com
#교동 도깨비 야시장#문화 관광 특화사업#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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