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차이나 리스크’ 파고를 넘어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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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글로벌전략 핵심주제 부상

중국 정부의 반도체 반독점 조사, 갤럭시 S9의 흥행 불발, ‘차이슨’ 등 중국산 ‘짝퉁 가전’의 도발…. 하반기(7∼12월) 삼성전자를 위협할 ‘차이나 리스크’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최근 글로벌 전략회의를 시작한 삼성전자가 하반기 중국 시장에서 살아남을 방안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매년 6월과 12월 열리는 글로벌 전략회의는 삼성전자 사업 부문별로 지역 거점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시장점유율 및 성과를 점검하고 향후 전략을 논의하는 주요 회의다. 24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22일 가장 먼저 열린 부품(DS) 부문 전략회의에서 중국 정부가 주도하는 ‘반도체 굴기’와 최근 불거진 반독점 혐의 조사 등이 보고되고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반독점 당국은 지난달 말 삼성전자의 중국 현지 사무실을 예고 없이 찾아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메이저 업체들과의 가격 담합 여부를 조사했다. 연초 반도체 가격을 올리지 말 것을 요청한 데 이어 지속적으로 정부 주도 D램 값 안정화 압박이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반도체 사업은 업황이 워낙 좋다 보니 이번 회의 분위기도 크게 나쁘진 않았다”며 “다만 중국 정부의 노골적인 견제 움직임과 그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중국 현지 사업 환경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25일과 26일 이틀간 열리는 IT모바일(IM)과 소비자가전(CE) 등 완성품 부문 회의에선 중국 시장에 대한 심각한 우려와 난상토론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폰과 가전 모두 중국 현지 업체들에 밀려 중국 시장 내에서 도통 힘을 쓰지 못한 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최근 발간된 삼성전자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중국 시장 내 매출은 2016년 35조6000억 원에서 지난해 38조3000억 원으로 소폭 늘었지만 전체 매출에서 중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1년 전 수준으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미주와 유럽 등 주요 시장이 전년도 점유율을 그대로 지켜낸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하반기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본격화되면 대중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은 직·간접적으로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반도체 외에 중국 내 모든 사업이 어려운 삼성전자로선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회의에 모습을 내비칠지도 재계의 관심사다. 이 부회장은 과거에 회의에 공식 참석한 적은 없고 올해도 계획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회의 중에 예고 없이 깜짝 방문하거나 끝나고 회식 자리에 참석한 적은 있다.

한편 증권가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2분기(4∼6월) 영업이익은 15조 원 안팎으로 사상 최고치였던 1분기(1∼3월) 영업이익(15조6400억 원)보다 다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부터 4개 분기 연속 이어온 실적 신기록도 멈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분기 실적 부진은 갤럭시 S9 시리즈 출하량이 당초 예상에 크게 못 미친 데다 애플 ‘아이폰X’ 부진으로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패널 사업도 타격을 입었기 때문으로 추정됐다. 다만 증권가는 삼성전자가 3분기(7∼9월)에는 D램 가격 상승 및 OLED 패널 가동률 상승에 힘입어 다시 17조 원대의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삼성전자#차이나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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