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근로시간 단축 부작용도 세금으로 ‘돌려막기’ 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18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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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어제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국정현안점검회의를 열고 ‘노동시간 단축 현장안착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300인 미만 기업이 주당 최대 52시간 근로 단축의 시행 시점인 2020년보다 6개월 이상 앞서 실시하면 고용보험기금에서 지원해 주기로 했다. 이 기업들이 2019년 7월 이전에 근로시간 단축을 시작하면 신규채용 1인당 최대 100만 원을 주기로 한 것이다. 7월부터 시행되는 300인 이상 기업도 신규채용을 하면 1인당 60만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임금이 줄어드는 근로자에게는 최대 3년까지 10만∼40만 원을 지원한다.

정부가 이번에도 노동시장에 파장이 큰 정책을 추진해놓고는 부작용은 예산으로 ‘돌려 막기’에 나서는 것이다. 이미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해결하겠다며 올해만 일자리안정자금 3조 원을 지원하고 있다. 정부는 막상 기업이 요구하는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단위기간을 1년으로 늘려달라는 목소리는 외면했다. 탄력 근무제는 현재 노사 합의하에 최대 3개월밖에 할 수 없다. 한 프로젝트에 그 이상의 시간이 걸리는 연구개발(R&D)이나 정보기술(IT) 업계의 소프트웨어 개발, 특정시기 일이 집중되는 사업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정부는 근무시간을 줄이면 기업들이 부족해진 인력을 신규 채용해 전체 일자리가 늘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기업들은 정부 지원과 상관없이 회사가 어려워 생산량이나 업무가 줄어도 인력을 조정하기 힘든 국내 노동시장에서 추가 고용을 꺼린다. 이러다 보니 기업들은 신규채용 대신 자동화로 인력을 줄이거나 아예 인건비가 낮은 해외로 사업장을 옮기려고 하고 있다. 정부는 직면한 근로시간 단축의 부작용을 돈으로 손쉽게 해결하려는 발상부터 버려야 한다. 그 대신 기업들이 채용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노동시장의 유연화로 숨통부터 열어줘야 할 것이다.
#노동시간 단축#최저임금 인상#인건비 부담#탄력적 근로시간제#노동시장 유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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