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갑작스러운 강경모드는 일단 고전적인 협상 수법으로 보인다. 협상력을 높이고 상대를 길들이기 위해 때 되면 한 번씩 써먹는 벼랑 끝 전술인 것이다. 북한은 1월에도 예술단 점검단 파견 중지나 금강산 합동문화공연 취소를 한밤중에 일방 통보하는 무례를 저질렀다. 이미 닷새 전부터 열리고 있는 연례적 방어훈련을 뒤늦게 트집 잡은 것이나 탈북자의 이른바 ‘최고존엄’ 비난을 문제 삼은 것도 북한이 과거 늘 내세우던 핑곗거리다.
북한으로선 무엇보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흘러나오는 대북 강경 발언들이 거슬렸을 것이다. 미국이 ‘선(先) 핵 포기’ ‘리비아식 핵 반출’은 물론 생화학무기와 인권문제까지 문제 삼으며 요구 수위를 올리자 먼저 남측과의 회담을 제물로 삼으면서 미국까지 겨누고 나섰다. 시진핑 중국 주석이 전날 중앙외사공작위원회를 열어 ‘국제정세 변화에 적절한 대응’을 주문한 직후여서 중국 지도부와의 교감이 작용한 것은 아닌지도 의심스럽다.
이런 북한의 반발에도 한미 군 당국이 맥스선더 훈련을 계획대로 진행하기로 한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B-52 전략폭격기의 훈련 불참을 밝힌 대목은 한발 빼는 듯한 모습으로 비치는 것도 사실이다. 김정은도 이미 ‘이해한다’고 밝힌 한미 연합훈련이다. 원칙적인 대응만이 북한의 상투적 전술을 무력화하는 방법이다. 그래야 북한도 이런 몽니가 스스로 진정성을 의심받고 자신의 발목을 잡는 어리석은 행동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