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기획]어릴적 모자라던 여자 짝꿍, 커서 보니 남녀 짝이 얼추 맞네

박세준 주간동아 기자 입력 2018-05-12 03:00수정 2018-05-12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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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주간동아 커버스토리]그 많던 남자애들은 어디 갔을까
게티이미지뱅크
“남자로 태어난 게 나중엔 후회될 수도 있을 거야. 나중에 결혼적령기가 되면 여자가 적어 결혼하지 못할 수도 있어. 그러니 공부 열심히 해야 해.”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후반에 태어난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어린 시절 한 번쯤은 들어봤을 이야기다. 여자 출생자보다 남자 출생자가 압도적으로 많으니 결혼이라도 한 번 해보고 죽으려면 성공해야 한다는 ‘이데올로기’에 가까웠다.

실제로 이들이 초등학생이던 시절인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에는 교실 풍경이 지금과 많이 달랐다. 보통은 여학생과 남학생이 한 책상을 쓰는데, 여학생이 모자라니 남학생 둘이 한 책상을 쓰는 일이 비일비재했던 것.

20여 년이 흘러 그들은 2030세대가 됐다. 여전히 남자들은 성공하지 못하면 결혼하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을까. 아니다. ‘여성이 모자라 결혼을 못 한다’는 이야기는 쏙 들어갔다. 이 세대의 남녀 인구 차이가 출생 당시보다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 특히 서울에선 이 세대의 남성보다 여성이 많다. 성비가 역전된 것이다. 그 많던 남자애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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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기에 남성 사망자 많다

대한민국의 출생 당시 남녀 성비는 통상 105 대 100 정도다. 하지만 1980년대 중반∼1990년대 중반의 출생 성비는 110 대 100을 웃돌았다. 이 시기 ‘남초(男超)’ 현상이 특히 두드러진 것은 남아선호 사상 때문이었다.


그중에서도 1985년(소띠)과 1988년(용띠), 1990년(말띠)이 심각했다. 당시 여아 100명당 남아 수는 1985년 112명, 1988년 113명, 1990년 116.5명이었다. 1990년에는 ‘여자가 말띠면 팔자가 사납다’는 미신까지 퍼지면서 남아선호 사상을 부추겼다.

남자아이를 원하는 부모는 초음파를 이용해 태아를 감별했다. 여자아이면 중절 수술을 받았다. 이는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결국 정부가 1987년 사전 성감별을 금지했다. 하지만 성감별은 1990년대 중반까지 암암리에 이뤄졌다. 그 결과 성비 격차는 더 커졌다. 통계청의 1995년 자료에 따르면 1985∼1989년생은 남자가 162만6922명, 여자가 146만9193명으로 여자 100명당 남자가 110.74명이었다. 1990∼1995년생의 성비는 113.40(남자 182만1350명, 여자 160만6059명)으로 오히려 더 커졌다. 법이 거의 지켜지지 않았다는 증거다.

최근 통계에서 이상한 점이 감지됐다. 1985년생의 성비가 105, 1988년생의 성비가 107로 각각 낮아진 것이다. 성비 불균형이 어느 정도 해소된 셈인데, 이를 달리 말하면 남성 인구가 줄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어쩌다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1차적으로는 유년기에 남자 인구가 줄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인구 문제 전문가인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어린 시절부터 남성이 여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야외 활동이 많아 사고나 질병으로 인한 사망률이 높다”고 말했다. 대학병원의 응급실 관계자도 “통계를 내보지는 않았지만 촌각을 다투는 어린아이 환자를 보면 남자가 여자보다 대체로 많다”고 말했다.

통계도 이 사실을 뒷받침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현재 20대 후반∼30대 초반 남성들의 유년 시절인 1990년 유년기 남성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당 35.5명으로 여성(21.2명)보다 높다. 이들이 10대가 되면서 남성 사망률은 10만 명당 61.3명으로 여성(30.1명)보다 배 이상으로 커진다.

○ 대한민국에서 남자로 살기는 힘들어

국방의 의무, 취직 등 성인이 되면서 남성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요인이 많은 것도 성비 불균형을 줄인 원인 중 하나다.

2014년 국방부가 발표한 군내 사망사고 통계에 따르면 1993년부터 2013년까지 21년간 한 해 평균 195.6명의 군인이 목숨을 잃었다. 이 수치는 말 그대로 사고 사망자만 고려한 것이다. 개인 질병이나 민간인에 의한 피살, 전사 등으로 인한 사망자는 제외됐다. 실제로 더 많은 젊은 남성들이 군에서 사망했을 가능성이 크다.

자살률도 남성이 훨씬 높다. 통계청의 ‘2015년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자살로 사망한 남자는 9559명으로 여자(3954명)보다 훨씬 많다.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로 보면 남자가 37.5명, 여자가 15.5명으로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취직에 대한 압박, 남자로서의 책임 등을 호소하는 남성이 적지 않다. 하지만 병원을 찾기는 쉽지 않다. 이 또한 ‘남성’의 자존심 때문이란 분석이 많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우울증으로 진료를 받은 여성은 연간 211만 명이다. 하지만 남성은 94만 명에 불과하다.

국내 취직이 안 되니 해외로 눈을 돌리는 남성도 늘어나고 있다. 여성들은 해외로 나갔다가 다시 국내로 돌아오지만 남성은 아예 정착해 버리는 경우가 많다.

사실 해외 취업에 더 적극적인 쪽은 여성이다. 국가나 민간에서 해외 취업을 알선해 성공한 사례는 남성보다 여성이 많았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의 통계에 따르면 2008∼2013년 5년간 해외 취업에 성공한 사례는 총 1만5039건. 이 중 여성이 8190명으로 남성에 비해 많았다. 하지만 1년 넘게 해외로 거주지를 옮겨 거주하는 ‘장기 국제이동자’는 남성이 여성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기준 해외 장기 국제이동자 중 20∼29세는 남성이 3만3606명으로 여성(2만8306명)보다 5000명가량 많다. 40세까지로 범위를 넓히면 남성 해외 장기 체류자는 7만1422명으로 5만887명인 여성에 비해 2만 명 이상 많았다.

○여초(女超)로 돌아선 한국 사회?

이미 대도시는 남성에 비해 여성 인구가 많다. 이촌향도 성향이 남성보다 여성이 강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올해 4월 기준 서울에 사는 30∼34세 남성(한국 국적자 기준)은 37만2768명이고, 여성은 37만3496명이다. 전국적으로 보면 남성 성비가 111에 육박하는 25∼29세 인구도 서울에선 여성(39만2888명)이 남성(38만7919명)을 압도한다.

2007년 이후 한국 사회에서 남아선호 바람은 멎었다. 2007년 신생아의 남자 성비는 106.2이다. 이후 남성의 수치는 줄곧 감소해 2016년에는 105까지 낮아졌다. 청소년기 남성의 사망률이 여성보다 높은 점을 고려할 때 앞으로 한국 사회는 남성보다 여성이 많은 ‘여초(女超) 사회’가 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2015년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 통계에 따르면 2015년 6월 말 기준 여성 인구는 2571만5796명으로 남성(2571만5304명)보다 492명이 많았다. 이후 격차는 커지는 모양새다. 2016년 12월 기준 여성은 2497만4276명으로 남성(2488만1520명)보다 무려 9만2756명이 많아졌다.

이는 고령화가 심해지고 출생 성비 불균형이 완화된 결과로 풀이된다. 일반적으로 노인 인구 비중이 높은 사회는 여초 인구 구조를 갖게 된다. 소말리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나미비아, 짐바브웨 등 내전으로 남성 인구가 부족한 경우를 제외하고 북미, 일본, 유럽 등 대부분의 국가들은 여초 사회다. 특히 고령인구가 많은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남자의 성비가 95를 넘지 못한다. 초고령사회인 일본의 경우엔 90 미만이다.

한국도 이 같은 추세를 밟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20∼30년 뒤에는 결혼적령기 남녀 비율이 역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현재 30대 후반 미혼 인구는 이미 여성에 비해 남성이 모자란다. 주민등록 통계에 따르면 2016년 기준 35∼39세 여성 인구가 158만9284명으로 남성에 비해 1만9364명이 많다. 여초 현상이 두드러진 서울에선 해당 연령대의 미혼 여성(33만9502명)이 남성에 비해 2만5795명이 많았다.

박세준 주간동아 기자 sejoonkr@donga.com
#남녀성비#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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