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화학물질 사업장, 철저한 화재 안전대책 세워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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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이레화학 공장 화재 사고 때 시민들 안전조치-대응 미흡 지적
화재발생 문자메시지만 달랑 발송… 비상대응 등 실효성 있는 대책 필요

13일 인천 서구 가좌동 이레화학 공장 화재로 발생한 검은 연기가 인근 아파트 단지 하늘을 새까맣게 덮고 있다. 주민들은 화재 발생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만 받았을 뿐 이후 경과를 알지 못해 불안에 떨었다. 인천소방본부 제공
13일 인천 서구 가좌동 이레화학 공장 화재로 발생한 검은 연기가 인근 아파트 단지 하늘을 새까맣게 덮고 있다. 주민들은 화재 발생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만 받았을 뿐 이후 경과를 알지 못해 불안에 떨었다. 인천소방본부 제공
13일 발생한 인천 서구 가좌동 이레화학 공장 화재 이후 인천의 재난 대응 및 안전 관리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불이 나자마자 총력을 기울여 조기 진화에는 성공했지만 시민을 위한 안전 조치는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천은 유해화학물질 제조공장을 비롯해 화학물 생산시설과 가스 생산기지, 에너지 저장시설 등 대형 재난사고와 직결될 수 있는 사업장이 많아서 더 그렇다.

○ “미흡한 초기 대응” 지적

이날 이레화학 공장에서 불이난 지 40분이 지난 낮 12시 28분 인천시는 ‘서구 가좌동 화학공장에서 화재 사고 발생, 인근 지역 주민은 안전에 유의하기 바랍니다’라고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시민에게 발송했다. 4분 뒤 소방본부는 ‘서구 가좌동 이례화학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하였으니 인근 주민은 안전에 주의 바랍니다’라고 역시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포털 사이트에는 ‘인천 화재’ ‘가좌동 화재’와 함께 ‘이례화학공장’이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 그러나 ‘이례화학공장’의 위치와 상세 정보를 찾을 수 없다는 질문이 시와 소방본부에 빗발쳤다. 소방본부가 불이 난 이레화학을 ‘이례화학’으로 표기해 발생한 해프닝이었다.

또 사고가 영향을 미치는 범위나 행동지침 등을 즉각 전파해야 하는 시가 화재 발생 문자메시지를 보낸 뒤에는 손놓고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는 뒤늦게 유해화학물질 관련 업체 규모를 비롯한 실태 파악에 나섰다.

이 같은 늑장 대응은 2012년 경북 구미 불산 누출 사고 이후, 2015년 화학물질 관리업무가 지방자치단체에서 환경부로 이관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환경부는 화학물질 취급 업체 인허가권을 가지고 있지만 지자체는 실태조사 권한조차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환경부 화학물질 통계조사에는 인천 유해화학물질 취급업체가 1079곳이다. 그러나 인천발전연구원이 인천시 의뢰로 조사한 결과는 1647곳이었다. 서구 관계자는 “조사 권한이 없다 보니 업체들이 조사에 응하지 않는 등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 “안전대책 세워라” 요구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자칫 대형사고를 부를 뻔한 이번 화재로 인천시를 비롯해 관계 부처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레화학공장이 무허가 업체로, 사고대비물질(메틸알코올)을 취급하는데도 수량 기준에 미달한다는 이유로 위해관리계획서도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며 “인천시는 화학사고 대비 로드맵을 조속히 작성하고, 환경부와 고용노동부는 사고대비물질을 취급하는 화학공장을 전수조사해 신고 대상과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천평화복지연대도 “서구를 비롯해 인천 기초단체는 화학물질사고 관련 조례도 없어 사고 위험에 무방비 상태다. 시는 주민비상대응체계 등 실질적 대책을 수립하라”고 주문했다.

시는 화학물질 관리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대응 체계를 갖추기 위해 다음 달 ‘5개년 화학물질 안전관리 계획’ 용역을 발주한다. 또 화학물질 처리업체 실태조사 권한 위임을 비롯해 지자체의 권한 확대를 정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유해화학물질 사업장#이레화학 공장 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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