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줄 전봇대’ 땅속 매립, 비용 다툼에 소걸음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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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전봇대 이용해 수익 내는 한전-통신사 지중화 투자 늘려야”
업체측 “유지보수비도 부담” 난색
전선-통신선 얽혀 시민안전 위협
58% 지중화… 런던-파리는 100%

서울 관악구 주택가 전봇대 모습. 길이 14m, 무게 1500kg의 철근콘크리트로 돼 있어 자연재해나 화재가 일어날 경우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 제공
서울 관악구 주택가 전봇대 모습. 길이 14m, 무게 1500kg의 철근콘크리트로 돼 있어 자연재해나 화재가 일어날 경우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 제공
서울시내 전봇대(전주)는 통신사와 지역 케이블TV 사업자까지 사용하면서 전선에 통신선 등이 얽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하지만 이들 전선을 땅에 묻는 작업(지중화 사업)은 여전히 더디다. 서울시와 한국전력이 비용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는 모양새다.

지중화 사업에 드는 돈의 약 50%는 산업통상자원부 고시와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한국전력(한전)과 통신사 등이 낸다. 나머지 50%는 각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한다.

올해 서울의 경우 한전이 141억 원, KT를 제외한 통신사 및 케이블TV 사업자들이 106억 원을 내기로 했다. 서울시는 25개 자치구가 내야 할 몫 가운데 100억 원을 지원한다. 서울시내에는 전주 22만9941개가 있다.

다만 KT는 연평균 4억 원씩 내던 지중화 사업비용을 올해부터 내지 않겠다고 서울시에 통보했다. 산자부 고시는 한전과 한전이 세운 전주를 이용하는 다른 통신사 및 케이블TV 사업자의 비용 부담을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KT는 과거 한국통신 시절 세운 전주를 이용하기 때문에 이 고시에 해당되지 않는다. 또한 ‘(통신사가) 비용을 분담할 수 있다’고 규정한 전기통신사업법도 의무사항이 아니라고 본 것이다.

서울을 비롯한 각 지자체는 현재 전주 점용료 구조에서 큰 이익을 내는 한전이 지중화 사업비용을 더 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한전은 각 지자체에 (토지) 점용료를 지급하고 전주를 사용한다. 그 대신 이 전주를 통신사와 케이블TV 사업자가 사용하도록 하고 이용료를 받는다. 한전이 한 해 지자체에 내는 전주 점용료는 약 20억 원에 불과하지만 전주를 활용해 얻는 수익은 1770억 원이나 된다는 것이다. 또한 매년 수천억 원에서 수조 원에 이르는 수익을 내는 통신사도 점용료에 비해 비용 부담은 너무 작다는 주장이다.

이 때문에 서울시 등은 “한전과 통신사들이 전주를 활용해 얻는 수익만큼 지중화 사업에 비용을 더 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한전과 통신사 측은 “전주와 통신설비 점검 및 관리, 유지 보수에 비용이 많이 든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지자체들은 2012년 전주뿐만 아니라 한전이 사용하는 공중 전선에 대해서도 점용료를 부과하도록 하는 도로법 개정안을 추진했지만 ‘국민의 통신료 부담이 커진다’는 이유로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전주에 얽힌 전선은 미관상 좋지 않을 뿐 아니라 화재나 안전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 차량과 충돌하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전국의 전주는 약 900만 개다. 그에 비해 지중화율은 높지 않다. 서울의 지중화율은 자치구 평균 58.2%다. 런던 파리(100%), 도쿄(86%)보다 낮다.

2016년 서울시가 자치구별로 전수조사한 결과 옮겨야 하는 ‘위험 전주’는 607개였다. 전선을 너무 많이 연결해 쓰러질 위험이 있는 경우(262개), 보행자에게 불편을 주는 경우(145개), 차량 통행에 불편한 경우(200개) 등이었다.

자치구별로도 차이가 크다. 도심이나 재정자립도가 높은 중구(86.9%), 강남(76.7%), 종로(75.5%), 송파(72.9%), 서초(70.0%)에 비해 강북(30.8%), 동대문(32.9%), 중랑(34.7%), 도봉구(37.1%)는 낮은 편이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전봇대#전선#지중화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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