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평인]北-美 정상회담 후보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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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 시대 적대국이었던 미국과 소련의 정상은 뉴욕 유엔본부에서 마주칠 때를 제외하고는 제3국에서만 만났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는 1960년 니키타 흐루쇼프와 프랑스 파리에서 만나 회담했다. 로널드 레이건은 미하일 고르바초프를 1985년 스위스 제네바와 1986년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에서 만났다. 레이캬비크 회담이 계기가 돼 냉전 종식의 분위기가 무르익은 1987년 이후에야 두 정상은 워싱턴과 모스크바를 오가며 회담을 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이 정상회담을 갖는다면 전례 없는 북-미 정상회담이기 때문에 어디서 만날지 벌써 예상이 분분하다. 워싱턴과 평양은 도청 등의 문제가 있어 양국 모두에 부담스러운 장소다. 그래서 스위스 스웨덴 등 중립적인 제3국이 거론된다. 스위스 제네바는 유엔 유럽지역 본부 등 국제기구가 즐비하고 북-미 간 고위급 접촉이 종종 이뤄진 곳이다. 김정은이 유학한 특별한 인연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스웨덴은 판문점 중립국 감시위원회 일원이고 평양 주재 스웨덴대사관은 미국인을 위한 영사 업무를 대행하고 있다.

▷남북한 사이의 판문점도 거론된다. 북한 지도자가 된 후 한 번도 해외에 나가본 적이 없는 김정은이 북한을 사실상 벗어나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 수 있고, 트럼프 대통령은 판문점을 관할하는 미군 기지가 인근에 있어 미국 본토에서처럼 회담을 준비할 수 있다. 판문점은 정전협정이 체결된 장소라는 상징성도 있다. 판문점은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 가보려다가 기상 악화로 방문이 취소된 곳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이 성과가 있을 것으로 보면 과감히 평양을 방문할 가능성도 있다. 예측 불허의 김정은이 워싱턴을 전격 방문하지 말란 법도 없다. 북-미 정상회담의 중매를 맡은 한국의 서울이나 제주에서 보자는 얘기가 나올 가능성도 없지 않다. 조지 부시가 1989년 고르바초프를 만나 냉전 종식에 합의한 지중해 몰타 근처의 크루즈선 같은 멋진 장소를 거론한다면 첫 만남으로는 너무 나간 것일까.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북한 김정은#북미 정상회담#판문점#스위스 제네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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