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동고동락하며 시 쓰는 산림청 사람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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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암 국장, 시집 ‘나무처럼’ 출간… 전현직 간부 왕성한 詩作활동 화제

‘여름엔 비바람 겨울에 눈보라. 또 온갖 새들이 몰려와 품은 열매 모두 쪼아내어도. 말없이 기다리다 봄 되면 다시 새파란 이파리 돋아내는 나무처럼….’

최병암 산림청 산림복지국장이 펴낸 시집 ‘나무처럼’에 등장하는 구절이다. 그는 1993년 행정고시(36회)에 합격한 뒤 산과 인연을 맺은 25년 경력의 산림공직자다. 그리고 2010년 ‘산림문학’으로 등단해 시인으로도 불린다.

그의 시를 읽어 보면 단순히 고위공직자의 ‘스펙’으로 낸 시집으로 보이지 않는다. 특히 시상(詩想)은 나무와 숲, 그리고 산에서 가져온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는 산림보호국장으로 지낼 때 전국을 누비며 재선충병으로 죽어가는 소나무를, 2000년 동해 울진 대형 산불 때 상황실장을 지내며 아픔과 격정으로 글을 썼다.

‘어느 숲지기의 꿈’이라는 부제가 달린 이번 시집에는 저자가 지금까지 나무와 동고동락해 온 일상 속에서 그려낸 84편이 담겨 있다. ‘덕유산 주목’, ‘동공목’, ‘어느 간벌목의 마지막 편지’, ‘곰배령’, ‘꽃무릇’ 등의 제목에서 지은이가 숲에 푹 빠져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최 국장은 서문에서 “나무는 분명 신(神)의 품성을 간직하고 있으며 숲은 신께서 거(居)할 만한 신성한 곳”이라고 했다. 그리고 “신앙이든 과학이든 어떤 관념과 상관없이 나무와 숲은 그 자체로서 이를 아무리 노래하여도 끝나지 않는 영속한 가치가 분명 있다”고 확신했다.

최 국장 외에도 산림청에선 그동안 많은 작가가 배출됐다. 제25대 산림청장을 지낸 조연환 생명의숲 상임대표는 ‘너, 이팝나무 같은 사람아!’를 비롯해 ‘산이 있었기에’ 등 여러 시집을 냈다.

김청광 한국산림문학회 이사장은 산림조합중앙회 부회장을, 소설 ‘편백숲에 부는 바람’을 쓴 작가 이용직은 전 나무병원 원장을, 산행기인 ‘생명의 마루금 백두대간’을 쓴 이현복 씨는 서부지방산림청장을 지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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