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신 중년남성 외로움 달래주는 ‘따뜻한 저녁 식사’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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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 하남주공아파트 복지관에 ‘한솥밥 카페’ 열고 식사 제공
소외계층에 이웃사촌으로 다가서

12일 오전 11시 반 광주 광산구 하남주공아파트 1단지 하남종합사회복지관 1층 한솥밥 카페에 노인들이 모여 점심식사를 기다리고 있다. 한솥밥 카페는 저녁시간에는 혼자 사는 중년 남성, 장애인 등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지역사회 공동체 공간으로 쓰인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12일 오전 11시 반 광주 광산구 하남주공아파트 1단지 하남종합사회복지관 1층 한솥밥 카페에 노인들이 모여 점심식사를 기다리고 있다. 한솥밥 카페는 저녁시간에는 혼자 사는 중년 남성, 장애인 등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지역사회 공동체 공간으로 쓰인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혼자 사는 중년 남성에게 따뜻한 저녁 한 끼를….’

12일 낮 12시 광주 광산구 하남주공아파트 1단지 하남종합사회복지관 1층. 입구에 ‘한솥밥 카페’라는 작은 간판이 붙은 100m² 넓이 내부공간에 들어가자 노인 60여 명이 점심을 먹고 있었다. 식사를 하던 하모 씨(80)는 “한솥밥 카페는 점심 때 노인들에게, 저녁 때 혼자 사는 중장년 남성 등에게 따뜻한 식사 한 끼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한솥밥 카페는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점심에는 노인 120명에게 무료급식을, 저녁에는 중장년 남성 등 60명에게 1500원짜리 저녁을 제공한다. 한솥밥 카페는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운영돼 9일 정식 문을 열었다.

한솥밥 카페 운영 배경에는 이 아파트의 환경이 크게 작용했다. 영구임대아파트인 하남주공아파트 1단지에는 소외계층과 1인 가구가 많이 산다. 1단지 1884가구 가운데 1201가구(63%)는 기초수급자다. 이들 기초수급자 가구 중 899가구(75%)는 홀로 사는 1인 가구다.

이들 1인 가구 가운데 중장년 남성과 장애인, 장기투병 환자들은 저녁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저녁을 먹지 못하는 것은 경제적 어려움보다 혼자라는 외로움 등 정서적 측면이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50대 한 장애인은 “혼자 저녁을 먹다 보니 식사를 거르거나 밥에 물만 말아 먹는 경우가 많았는데 한솥밥 카페가 생기고 나서 끼니를 잘 챙기고 있다”고 말했다.

한솥밥 카페에서 저녁 한 끼를 먹는 사람은 1500원을 부담하고 광주 광산구는 예산 2500원을 지원한다. 한솥밥 카페는 끼니를 거를 우려가 있는 주민들이 저녁을 해결하고 소통과 교류로 서로에게 힘을 주는 이웃사촌이 되도록 만들고 있다. 또 주민 6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효과도 있다.

박종민 하남종합사회복지관장(50)은 “한솥밥 카페는 상상마을 프로젝트 중 하나. 사회돌봄 서비스, 일자리 제공, 마을 커뮤니티 운영 등을 통해 공동체 의식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광산구의 상상마을 프로젝트는 이웃끼리 서로 돌보고 살피면서 공동체 복지를 향상시키는 사업이다.

인근 영구임대아파트인 광주 광산구 하남시영아파트에도 다음 달 주민들에게 저녁을 제공하는 카페가 운영된다. 이 아파트에는 1500가구가 살고 있다. 카페는 송광종합사회복지관에 들어선다. 송광종합사회복지관에는 고장 난 가전제품을 고치는 수리센터와 나눔장터 등도 문을 열 예정이다.

광주에는 영구임대아파트 13개 단지 1만5000가구가 있다. 주민 60∼70% 정도가 1인 가구로 추정된다. 이들 영구임대아파트에 광주지역 기초수급자 6만5712명의 30%가량이 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영구임대아파트는 도심 속 빈곤화 등이 가중돼 이웃끼리 챙겨주는 사회적 돌봄 필요가 커지고 있다.

천경미 광주 광산구 공동체복지팀장은 “한솥밥 카페의 저녁밥은 단순한 밥의 의미를 넘어서 이웃 간에 정과 돌봄을 의미한다. 한솥밥 카페는 1인 가구 증가로 늘어나는 우울과 고독사 등의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독신 중년남성#하남종합사회복지관#한솥밥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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