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그룹, 5년만에 정수기 사업 재진출… “코웨이 인수도 검토”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4일 03시 00분


코멘트

競業 금지 유효기간 2일로 끝나

렌털 방식을 도입하며 국내 정수기 시장을 개척한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코웨이 매각 5년 만에 정수기 사업 재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웅진그룹 제공
렌털 방식을 도입하며 국내 정수기 시장을 개척한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코웨이 매각 5년 만에 정수기 사업 재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웅진그룹 제공
웅진그룹이 국내 정수기 시장에 다시 뛰어든다고 공식 선언했다. 2013년 1월 그룹 지주회사였던 웅진홀딩스(현 ㈜웅진)가 자회사인 웅진코웨이를 MBK파트너스에 판 지 5년 만이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웅진코웨이 매각 후 사석에서 여러 차례 아쉬움을 토로했을 정도로 애착을 가졌던 사업인 만큼 국내 정수기 시장에 작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웅진그룹은 웅진코웨이 매각 당시 MBK파트너스와 체결했던 ‘5년간 정수기 사업에 진출하지 않겠다’는 경업(競業) 금지조항 유효기간이 2일로 끝남에 따라 이같이 결정했다고 3일 밝혔다. 웅진 관계자는 “국내 정수기 시장을 만들고 키워온 웅진인 만큼 코웨이를 다시 인수하거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위탁생산하는 방안 중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재인수 또는 OEM 방안’ 투 트랙으로 진행

웅진이 사업 재진출을 투 트랙으로 추진하는 것은 지난해 12월 코웨이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에 코웨이 지분 26.8%를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후 만족스러운 답변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3일 기준 코웨이 주가가 9만8600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총 인수가는 2조 원가량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웅진이 MBK파트너스와 인수가격 협상을 벌이면서 별다른 진전이 없자 OEM 방안이라는 ‘압박 카드’를 꺼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정수기 시장에 ‘렌털 마케팅’(고객에게 무료로 정수기를 빌려주고 매달 관리비를 받는 방식)이라는 새로운 수익 모델을 도입한 윤 회장의 영업 노하우와 영향력을 앞세워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는 것이다. 웅진이 OEM 제품을 시장에 내보내 코웨이의 시장 점유율을 잠식하면 MBK파트너스가 나중에 코웨이를 매각할 때 제값을 못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고도의 심리전이라는 얘기다.

웅진이 이날 정수기 사업 재진출을 공식 선언하면서 국내 정수기 시장의 역사를 사실상 새롭게 쓴 윤 회장의 과거 경영 성과를 공개한 것도 이런 점을 노린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웅진은 보도 참고자료에서 1997년 말 외환위기 시절 웅진코웨이가 경영난을 겪게 되자 윤 회장이 웅진코웨이 대표로 내려와 렌털 마케팅을 새로 도입하는 등 혁신적인 경영 기법으로 국내 정수기 시장을 석권한 내용을 자세히 소개했다. 웅진 관계자는 “국내에서 정수기 하면 윤 회장과 웅진코웨이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라며 “코웨이를 인수하지 못하더라도 국내 시장에서 충분히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웅진은 OEM에 필요한 업체 섭외와 영업망 구축에 필요한 인력 충원 작업도 진행 중이다.

○ 그룹 재건을 위한 윤석금의 꿈…자금 확보가 관건

2012년 계열사인 극동건설 경영난에 따른 자금 위기로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던 웅진그룹은 알짜 회사인 웅진코웨이 매각 등으로 ‘발등의 불’을 껐다. 이후 웅진씽크빅, 웅진에너지, 북센 등을 필두로 한 여러 계열사의 경영 호조로 2016년 분할해 갚기로 했던 기업회생절차 채무를 98% 조기 변제했다. 이제 그룹 재건을 위해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코웨이를 다시 인수하는 것이다. ‘샐러리맨 신화’로 불리며 영업사원에서 국내 재계 30위권 그룹 수장으로 성장했던 윤 회장으로서는 명예회복을 위한 마지막 목표인 셈이다.

문제는 코웨이 인수나 OEM을 위한 실탄을 무리 없이 마련할 수 있을지 여부다. 현재 웅진이 보유한 자금은 1000억 원 안팎으로 2조 원가량의 인수 자금에 턱없이 부족하다. OEM을 하더라도 영업망 신규 구축 등에 상당한 자금이 필요하다.

현재 웅진은 웅진씽크빅 등 계열사 차입금 활용, 사모펀드(PEF)와 공동 인수 등 다양한 인수 구조를 자문사인 삼성증권, 법무법인 세종과 검토하고 있어 조만간 자금 확보 방안이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웅진그룹#정수기#코웨이#윤석금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