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떠나는 구본능 “내가 만든 막내 kt 응원하겠다”

이재국 기자 입력 2018-01-04 05:30수정 2018-01-04 05:30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3일 서울 캠코 양재타워에서 ‘KBO 총재 이-취임식’이 열렸다. 정운찬 신임 KBO 총재와 구본능 전 총재가 악수를 나누고 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제가 사랑하는 야구를 위해 봉사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돼 큰 영광이자 보람이었습니다.”

KBO 제 19~22대 커미셔너를 지낸 구본능(69) 전 총재가 3일 캠코 양재타워에서 열린 KBO 총재 이·취임식에서 야구인들과 팬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를 했다. 무엇보다 KBO가 출범한 뒤 사상 처음 열리는 이·취임식이어서 의미가 깊었다.

2011년 8월부터 6년 4개월간 KBO 수장을 맡은 구 전 총재는 역대 총재 중 가장 많은 일은 한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그래서일까. 이해가 충돌하는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도 구 총재에게 공로패를 전해 눈길을 모았다. 전례가 없던 장면이었다. 구 전 총재는 김선웅 선수협 사무총장에게 “많이 싸웠는데, 싸우면서 정들었다”며 고마워했다. 이어 정운찬 총재는 취임식에서 “지금 모두 다 같이 구 총재님을 향해 뜨거운 박수를 쳐주지 않겠습니까”라며 그동안의 노고를 치하했다.

구 전 총재는 말없이 떠난 역대 다른 총재들과는 달리 최초로 신임 총재의 취임식에 참석해 앞날을 축복했다. 그리고는 행사가 끝난 뒤 야구인은 물론 KBO 말단 직원까지 만나는 사람마다 일일이 손을 붙잡고 “그동안 도와줘서 고마웠다”고 인사를 했다. 그 순간 갑자기 감정이 북받치는지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고이기 시작했다.

관련기사
그는 정이 많은 사람이었다. 이날도 미리 맞춰온 떡에 ‘그동안 도와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야구 ♥해주세요’라는 문구를 써서 행사장에 온 모든 이들에게 선물을 했다. 그리고 가까이 있는 기자들에겐 주머니에서 뭔가를 주섬주섬 꺼내더니 선물을 했다. 행운의 다섯 잎 클로버였다.

구 전 총재는 LG가(家)의 희성그룹 회장이다. 그러나 중립을 지키기 위해 그동안 야구장에 가는 것도 자제해 왔다. 기자들이 ‘이젠 야구장에 가서 마음껏 LG를 응원해도 되겠다’고 하자 그는 손사래를 치며 “야구는 응원하는 팀이 있어야 재미있는데, 총재 되고 나서 LG 야구를 멀리 하다보니 관심이 없어졌다”면서 “이젠 kt를 응원하고 싶다. 내가 만든 막내 팀을 응원하고 싶다”며 웃었다.

이재국 전문기자 keystone@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