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지현우 “50부작, 체력이 연기력…홍삼·비타민 끼고 살았죠”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11월 22일 06시 57분


지현우는 2003년 KBS 20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했지만, 2년 전에야 비로소 연기의 진짜 맛을 알게 됐고 성취감도 높이지기 시작했다고 했다. 올해 남은 목표는 번듯한 취미를 갖는 것이다. 사진제공|드림티엔터테인먼트
지현우는 2003년 KBS 20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했지만, 2년 전에야 비로소 연기의 진짜 맛을 알게 됐고 성취감도 높이지기 시작했다고 했다. 올해 남은 목표는 번듯한 취미를 갖는 것이다. 사진제공|드림티엔터테인먼트
MBC ‘도둑놈, 도둑님’ 마친 지현우

피로누적으로 눈 떨릴 땐 아몬드 먹고 힘내
20대 땐 놀다가 2시간 자고 촬영장 가기도
2015년 ‘송곳’ 이후 연기 하는 자세 달라져
이번에도 감독·작가와 대본 놓고 씨름했죠


지현우(33)가 14년째 연기자로 활동하는 이유는 ‘잘 할 수 있다’는 자신에 대한 믿음이다. 밴드 더 넛츠의 멤버로도 활동했지만 음악 분야에서 형(넥스트 지현수)을 이길 순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연기로는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는 형이 음악에 쏟고 있는 열정 이상으로 연기에 집중하고 있다.

“데뷔하고부터 설렁설렁, 대강대강 살았던 적은 없었다. 깊이의 차이는 있지만 주어진 상황에서 열심히 했다. 하지만 연기는 잘 몰랐던 것 같다. 이렇게 섬세하고 어렵고, 또 신중해야하는 작업인지 뒤늦게 알았다.”

2003년 KBS 20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지현우는 2015년 종합편성채널 JTBC ‘송곳’을 통해 연기의 ‘진짜 맛’을 새삼 알게 됐다고 했다.

“20대 때에는 놀다가 2시간 자고 촬영장에 간 적도 있다.(웃음) 스스로 만족을 못하다보니 다시 촬영하는 횟수가 늘더라. 주위에 미안하고, 무엇보다 내가 당당할 수 없겠더라. ‘송곳’을 하면서 자세가 달라졌다. 연기를 위한 고민의 시간을 많이 보냈다. 열심히 한 만큼 착착 맞아 떨어지니 성취감도 높아졌다.”

늘 변함없이 연기를 하지만, 얼마만큼 노력하느냐에 따라 평가는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연기를 시작한 지 이미 10년이 훌쩍 지났지만 “같은 요리라도 만드는 사람에 따라 그 맛은 달라질 수 있다. 그렇게 할 수 없다면 왜 연기를 하고 있는가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뒤늦은 깨달음을 소개했다.

그 깨달음 이후 만난 작품은 그래서 지현우에게 더 의미가 깊다. 지난해 SBS ‘원티드’와 최근 종영한 MBC ‘도둑놈, 도둑님’은 “연기에 정정당당히 마주한 작품”이다. 특히 ‘도둑놈, 도둑님’은 50부작이어서 6개월 이상 촬영에 매진해야했고, 다른 곳에는 잠시라도 한 눈 팔 여유가 없었다.

드라마에서 지현우는 훤칠한 외모에 화려한 언변까지 겸비한, 모든 분야에서 뛰어난 실력을 지닌 인물을 맡았다. 유머감각도 뛰어나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고, 연인에게는 한없이 살갑다. 한 드라마에서 다양한 색깔의 매력을 보여줬다.

“‘송곳’ 때 이상으로 감독, 작가와 대본에 대해 상의하는 시간이 많았다. 작품의 호흡이 길어 시청자가 보는 데 지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캐릭터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 분위기가 밝을 때는 더 개구쟁이로 표현해 작품의 무거운 분위기와 균형을 이루고자 했다.”

연기자 지현우. 사진제공|드림티엔터테인먼트
연기자 지현우. 사진제공|드림티엔터테인먼트

연기에 공을 들이면 들일수록 체력의 중요성을 깨닫기도 했다. 지현우는 “긴 드라마를 주인공으로서 지치지 않고 이끄는 책임감은 체력에서 시작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인스턴트식품을 최대한 멀리하고, 평소에는 먹지 않는 홍삼과 비타민을 수시로 챙겨먹었다. 피로 누적으로 눈이 떨릴 때에는 마그네슘이 많이 함유된 아몬드를 먹고 힘을 냈다. 그래도 역시 체력관리에 가장 좋은 방법은 스트레스 해소다. 그는 “스트레스가 없어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 체력이 돌아온다”며 웃는다.

집도 그에게는 빼놓을 수 없는 안식처이다. 일찌감치 부모에게서 독립해 살던 지현우는 2014년 군 복무를 마치고부터는 다시 부모와 함께 지내고 있다. 집안의 가득한 온기와 마당에서 뛰노는 강아지를 보고 있으면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고 한다.

“혼자 살 때는 라면 먹다가 버린 적도 참 많고, 집이 엉망진창이었다. 하하! 뱀이 허물을 벗어놓은 것처럼 곳곳에 옷을 벗어뒀다. 어머니가 보고 따라하려고 해도 못 따라하겠다고 하더라.(웃음) 다시 혼자 살고 싶다가도 나갈 생각하면 쓸쓸하다.”

지현우가 자취를 접은 이유 중에는 나이가 들수록 부모와 한집에서 같이 생활할 시간이 점점 줄어들 거란 생각도 있다. “막연히 40대에는 결혼하지 않을까”라는 생각 때문이다.

“독신주의자는 아니다. 하하! 아직은 아니지만 40대에는 가정을 꾸리고 싶다. 평범한 것이 가장 어렵다고 하는데 평범한 가정을 만들고 싶다. 의견 차이가 조율 되는 사람, 대화를 통해 서로의 문제를 고칠 수 있는 사람이 좋다. 나는 내 사람은 정말 끔찍이 여긴다.”

지현우는 2017년이 가기 전에 번듯한 취미도 만들고 싶다. “서른 살에는 자신에게 딱 맞는 취미를 갖는 게 좋다”는 주변의 조언을 지금에라도 실천하고 싶은 마음이다.

“농구를 좋아하는데 예전만큼 체력이 따라주질 않는다. 체력은 없는데 승부욕은 강해져서 오기만 부리게 되더라. 그렇다보니 자주 다치기도 하고. 활동하지 않을 때 즐길 수 있는 취미 하나쯤은 필요한 것 같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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