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가베, 완전 면책-재산 유지 조건 사임 수용”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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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 “군부와 퇴진 성명 초안 마련”… 19일밤 대국민 연설에선 사임 거부

군부와 집권 여당으로부터 퇴진 압박을 받아온 로버트 무가베 짐바브웨 대통령(93)이 결국 사임 조건에 합의했다고 CNN이 20일 보도했다.

CNN은 무가베 대통령의 퇴진 협상 관계자를 인용해 그가 사임 조건에 동의했으며 이를 위한 초안이 완성됐다고 전했다. 무가베 대통령이 사임하는 대신 군부는 무가베 대통령과 그의 부인 그레이스 무가베 여사(52)에 대한 완전 면책권, 사유 재산 유지 등의 요구조건을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이 물러나려면 먼저 사임안을 국회의장에게 발송해야 한다.

무가베 대통령은 19일 밤 국영 TV를 통해 생중계된 대국민연설에서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혀 논란이 됐다. 그는 연설에서 “나에 대한 비판과 국민의 우려를 알고 있다”면서도 사임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오히려 “다음 달 열릴 전당대회를 주재하겠다”고 말해 당분간 퇴진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무가베 대통령은 “고맙다. 좋은 밤 보내라”는 말로 연설을 마쳤다.

퇴진 선언을 기대하던 짐바브웨 국민은 낙담했다. 앞서 AFP통신 등 일부 외신이 “무가베 대통령이 사임에 합의했다”고 보도해 대국민연설에 안팎의 관심이 집중된 상황이었다. 현지 언론 짐바브웨메일은 “무가베 대통령이 사임을 거부한 뒤 앞으로 벌어질 일을 두려워하는 군중은 집안에 머물렀고 일요일 밤 거리는 기분 나쁜 침묵으로 뒤덮였다”고 전했다.

무가베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군부와의 합의를 일방적으로 저버렸다는 주장도 나왔다. 쿨루마아프리카는 집권 여당 짐바브웨아프리카민족동맹애국전선(ZANU-PF) 관계자를 인용해 “무가베 대통령이 (연설문의) 모든 문장을 읽지 않고 페이지를 넘기기도 했다”며 “그가 넘긴 부분이 사임과 관련된 내용이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CNN은 소식통을 인용해 “19일 대국민연설의 목적은 군부 쿠데타가 헌법에 따른 것이며 이를 무가베 대통령이 받아들인다는 점을 선언케 한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집권 여당과 야당은 무가베 대통령이 20일 정오까지 사임하지 않을 경우 탄핵 절차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이후 무가베 대통령의 조건부 사임 수용 보도가 나와 탄핵 추진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카이로=박민우 특파원 minwoo@donga.com
#무가베#사임#짐바브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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