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체 폐 이식 국내 첫 성공… 법적 걸림돌 남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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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병원, 부모 폐 떼어내 딸에 이식
장기이식법, 간-신장 등 6가지 제한
폐, 해외와 달리 국내법상 불법
의료진 ‘생명위급’ 설득에 허용… 복지부 “하위법령 개정 추진할 것”

국내 장기이식법으로는 허용되지 않는 생체 폐 이식을 국내 병원이 시행해 처음으로 성공했다. 생체 폐 이식은 국내법상 불법이지만 해외에서는 대부분 시행하고 있어 생체 폐 이식 허용을 둘러싼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 폐 이식팀은 지난달 21일 말기 폐부전으로 폐의 기능을 모두 잃은 오모 씨(20·여)에게 아버지(55)의 오른쪽 폐 아랫부분과 어머니 김모 씨(49)의 왼쪽 폐 아랫부분을 떼어 이식하는 국내 첫 생체 폐 이식에 성공했다고 15일 밝혔다. 환자는 현재 일반병실로 옮겨져 회복 중이다.

오 씨는 원인을 모르는 폐고혈압으로 인해 이미 심장이 한 번 멈췄고, 언제 심장이 다시 멈출지 모르는 생사의 갈림길에서 기약 없이 뇌사자 폐 이식을 기다리던 중 부모가 딸에게 폐 일부를 각각 떼어 이식하는 생체 폐 이식 수술을 받았다. 현재 장기이식법상 살아있는 사람에게서 받을 수 있는 장기는 간과 신장, 골수, 췌장, 췌도, 소장 등 6가지로 제한돼 있다.

서울아산병원 폐 이식팀은 현행법상 생체 폐 이식을 허용하지 않는 만큼 8월 병원 임상연구심의위원회와 의료윤리위원회를 열었다. 또 대한흉부외과학회와 대한이식학회에 의료윤리적 검토를 의뢰해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다. 이어 정부기관과 국회,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KONOS), 대한이식학회에 보고해 언제 사망할지 모르는 오 씨를 위해 생체 폐 이식 수술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설득했다.

서울아산병원 폐 이식팀 박승일 교수는 “현재 말기 폐부전인 환자 중 절반가량이 뇌사자 폐 이식을 기다리다가 이식을 받지 못한 채 사망하고 있다”며 “소아의 경우 폐의 일부분만으로도 치료가 가능해 부모의 폐 일부를 이식하는 생체 폐 이식이 적절한 치료법”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의료기술의 발달로 폐 이식 생존율이 높아진 만큼 하위법령을 개정해서라도 생체 폐 이식이 가능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장기의식#폐#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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