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10대 기업 유효법인세율 21.8%… 美 처음 앞질러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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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美 10대 기업은 18.3%… 한경연 “稅 인상땐 경쟁력 저하”

지난해 한국 10대 기업의 순이익 대비 법인세 비중이 미국 10대 기업을 처음으로 앞질렀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기호 서울시립대 교수에게 의뢰한 ‘한국과 미국 10대 기업의 유효법인세율 비교’ 연구 결과를 15일 발표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월마트, 애플 등 미국 10대 기업의 유효법인세율(순이익 대비 법인세 비율)은 하락세를 보였다. 반면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한국 10대 기업의 법인세율은 꾸준히 올랐다. 지난해는 한국이 21.8%로 미국의 18.3%를 처음 역전했다.

정부 정책에 따른 영향이 컸다. 연구원은 “한국은 세법 개정으로 대기업이 최소로 내야 하는 세금 비율(최저한세율)이 16%에서 17%로 올랐고, 연구개발(R&D) 비용에 대한 세금 공제도 축소되고 있다”고 했다. 반면 미국은 정부 차원에서 세제 혜택을 늘리고 지난해 R&D 비용 세액공제의 일몰기한을 없애면서 기업들의 세 부담이 줄었다. 이와 함께 미국 기업들의 ‘조세 회피’도 한 원인이 됐다. 최 교수는 “미국 기업들은 세율이 낮은 국가에 해외 자회사를 세우고 소득을 옮겨 법인세를 절감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10대 기업이 아닌 기업 전체를 놓고 보면 한국의 법인세가 다른 선진국들보다 낮은 편이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가 최근 영국 옥스퍼드대 기업조세연구소 자료를 토대로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2014년 한국의 평균 유효법인세율은 18.0%였다. 34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21.8%보다 3.8%포인트 낮았다.

하지만 미국을 포함한 세계 여러 나라가 법인세 인하 정책을 펴고 있는 것과 달리 한국은 법인세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소득 2000억 원 초과 구간’을 신설해 거대기업의 법인세율을 기존 22%에서 25%로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유환익 한경원 정책본부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하는 한국 기업의 법인세 부담이 크다. 미국과 달리 한국이 법인세 인상 정책을 편다면 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기업#법인세#세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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