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 女작가 7명 ‘페미니즘 의기투합’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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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주 등 소설집 ‘현남오빠…’ 출간 “모순-압박 냉철하게 들여다보길”

페미니즘 소설집 ‘현남 오빠에게’를 쓴 김이설, 조남주, 최정화 작가(왼쪽부터). 이들은 “한국 여성의 삶을 보여주면서 문학적인 즐거움도 담으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다산북스 제공
페미니즘 소설집 ‘현남 오빠에게’를 쓴 김이설, 조남주, 최정화 작가(왼쪽부터). 이들은 “한국 여성의 삶을 보여주면서 문학적인 즐거움도 담으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다산북스 제공
10년간 연애하며 모든 것을 의존하게 만든 남자 친구에게 이별을 선언하는 여성(‘현남 오빠에게’), 여자 아이들을 섹스 상대로만 여기는 중학생 아들과 초경을 맞은 딸을 보며 혼란스러워하는 중년 여성(‘경년’)….

지금 이 시대를 사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담은 소설집 ‘현남 오빠에게’(다산책방)가 출간됐다. ‘82년생 김지영’의 조남주, ‘없는 사람’의 최정화를 비롯해 김이설 최은영 손보미 구병모 김성중 등 30, 40대 여성작가 7명이 의기투합했다.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13일 열린 간담회에는 조남주(39), 최정화(38), 김이설 작가(42)가 참석했다. 표제작 ‘현남…’을 쓴 조 작가는 “방송작가 시절, 결혼 초기부터 딸이 중학생이 될 때까지 가정 폭력에 시달린 여성을 만난 적이 있다. 사회적 지위와 경제력이 있었는데 왜 그 상황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지를 고민하다 작품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소설 속 여성은 대학 1학년 때부터 사귄 현남 오빠가 수강 과목과 식당 선택은 물론이고 이사할 집 구하기 등 모든 것을 해준다. 사서라는 직업까지 현남 오빠가 정해주자, 그에게서 벗어나기로 마음먹는다. 조 작가는 “결별을 선언하는 마지막 문장을 먼저 쓴 후 작품을 쓰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경년’을 쓴 김이설 작가는 “나이 들어가는 여성 세대에게 혼자만 겪는 일이 아니라 비슷한 경험을 하는 많은 여성이 있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모든 것을 제자리에’는 물건이든 사람이든 말끔해야 한다는 강박을 지닌 여성이 등장한다. 최정화 작가는 “여성이 스스로에게 가하는 압박이나 모순을 냉철하게 들여다보길 제안하는 마음으로 썼다”고 말했다.

‘82년생 김지영’이 화제가 되고, 페미니즘 관련 책이 꾸준히 나오는 데 대해 작가들은 반가움을 나타냈다. 조 작가는 “성폭력 문제를 비롯해 일상에서 느끼는 부당함에 대해 여성들이 말하기 시작한 것이 희망적이다. 이런 목소리가 계속 나올 때 조금씩 진전이 이뤄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글을 쓰며 페미니즘은 남녀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할 지점이라는 걸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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