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힘내라” “물러나라”… 유세현장 찬반 고성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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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도쿄 거리연설 현장

18일 저녁 일본 도쿄(東京) 이케부쿠로(池袋)역 동쪽 출구.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유세차량 연단에 모습을 드러내자 박수 소리가 커졌다. 아베 총리는 “이번 선거는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생활을 어떻게 지킬지 묻는 것”이라며 집권 자민당 후보에 대한 지지를 당부했다.

그때 한 시민이 “아베는 물러나라”고 외쳤다. 그는 아베 총리가 ‘국난(國難)’을 이유로 국회를 해산한 것을 풍자해 ‘네가 바로 국난’이라는 플래카드를 들기도 했다. 자민당 지지자들은 ‘아베 힘내라’는 플래카드를 든 채 “유세를 방해하지 말라”고 소리를 질렀다.

이날 아베 총리는 10일 선거 공시 후 처음으로 도쿄 거리연설을 했다. 도쿄 10구를 첫 유세 장소로 정한 것은 그에게 도전장을 던진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의 지역구이기 때문이다. 전날 아베 총리의 유세 소식이 알려지자 반대 진영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는 ‘모이자’는 메시지가 급속히 돌았다. 지지자들도 세력을 규합했다. 현장에는 언뜻 봐도 100명이 훨씬 넘는 경찰이 출동해 만일의 사태를 대비했다. 유세에 지역 축제까지 겹쳐 일대는 수천 명의 시민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연설이 진행될수록 분위기는 달아올랐다. 20분가량 진행된 연설의 3분의 1이 북한 관련 내용으로 채워졌다. 반대파 수십 명은 직접 제작한 유인물과 신문을 들고 “아베 총리는 거짓말을 멈추라”고 소리쳤다. 도시노 씨(67)는 “아베 총리는 사학 스캔들을 덮기 위해 국회를 해산했다. 선거에서 이기면 헌법을 고쳐 일본을 전쟁국가로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수적으로 우세한 지지 세력은 “반일(反日)은 꺼져라” 같은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욱일승천기와 일장기를 든 회사원 가와다 도모히로 씨(30)는 “애국심을 표현하기 위해 들고 나왔다. 아베 정권의 외교와 경제 정책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고성이 오가고 일촉즉발의 상황이 되자 경찰은 인간 띠를 만들어 충돌을 막았다.

아베 총리와 자민당에 대한 일본 내 여론은 양분돼 있다. 아사히신문은 19일 자체 여론조사 결과 “아베 총리가 총리직을 계속하길 원치 않는다”는 답변이 과반수(51%)였다고 보도했다. 내각 지지율도 38%로 이달 초보다 2%포인트 하락했다.

반대 여론이 상당하지만 고이케 지사가 자멸하고, 야권이 분열된 덕분에 22일 중의원 선거에서 아베 총리가 이끄는 여권의 압승이 예상된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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