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살 아이를… 반려견이 부른 참극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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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 아파트서 키우던 진돗개, 거실서 주인 딸 목 등 물어 사망
엄마 “갑자기 달려들어 손 못써”

반려견에 의한 인명 피해가 또 발생했다. 이번에는 집에서 키우던 진돗개가 한 살 여아를 물었다. 얼굴과 목 등을 크게 다친 아이는 결국 사흘 만에 숨졌다.

10일 경기 시흥경찰서와 수원남부경찰서에 따르면 6일 오후 5시 40분경 시흥시의 한 아파트 3층 거실에서 A 양(12개월)이 진돗개에게 물렸다. 함께 있던 어머니 B 씨(26)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급대가 A 양을 급히 병원으로 옮겼다. 하지만 9일 오후 6시 26분경 A 양은 숨졌다. 진돗개는 7년생으로 키 1m, 몸무게 17kg이다. 숨진 A 양보다 덩치가 크다. A 양 아버지(34·자영업)가 강아지 때 분양받아 계속 집에서 키운 것으로 알려졌다.

119구급대가 현장에 출동했을 때 A 양은 목과 이마, 허벅지, 배 등을 물려 피를 많이 흘린 상태였다. A 양은 경기 안양시 한림대성심병원에서 응급처치를 받고 호전되는 듯했다. 그러나 7일 오전 갑작스러운 쇼크로 상태가 나빠져 수원시 아주대병원으로 옮겼지만 숨졌다. 일단 ‘교상(咬傷·짐승이나 벌레 따위에 물려 상함)’에 의한 사망으로 확인됐으나 정확한 사인은 나오지 않았다. 경찰은 11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할 예정이다.

B 씨는 경찰에 “아이와 집 앞 공원에 가려고 안방에서 나와 거실을 지나는데 뒤따라오던 아이에게 진돗개가 갑자기 달려들었다. 미처 손쓸 틈이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집 안에는 진돗개의 접근을 막기 위한 펜스 2개가 있다. 거실에 높이 60cm의 플라스틱 펜스가, 안방 문에 높이 1.2m의 철제 펜스가 설치됐다. 그러나 사건 당시 진돗개는 펜스 안이 아닌 거실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의 진돗개는 지난해 B 씨에게도 상처를 입힌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부모를 상대로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다.

유튜브 등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는 반려견이 어린이뿐 아니라 젖먹이 아기와 다정하게 어울리는 영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조회 수가 100만 건에 육박하는 영상도 있다. 누리꾼의 반응은 대부분 호의적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긍정적인 영상만 보고 모든 반려견을 안전하게 여기면 안 된다”고 경고한다.

우송대 애완동물학과 이태원 교수는 “어른이 오래 키웠다고 해서 아이와도 잘 어울릴 것이라 여기는 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반려견은 어른과 달리 덩치가 작은 아기를 공격 대상으로 인식할 수 있다. 아기가 태어나는 등 가족 구성원이 바뀌면 반려견에게 서열을 명확히 인식시키는 ‘복종훈련법’ 등이 필요한 이유다.

공격의 ‘징조’를 파악해 대비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 교수는 “공격 대상이 가까이 다가가면 털을 세운다든가 기분 나쁜 표정을 짓는데 일반인이 판별하기 쉽지 않다”며 “가족 구성원이 바뀌었을 때 반려견이 함께 생활하는 데 문제가 없는지, 추가 교육이 필요한지 등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시흥=남경현 bibulus@donga.com / 김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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