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부터 서울까지 세계와 기술경쟁”… 뉴욕의 도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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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창업 허브 꿈꾸는 코넬텍
뉴욕, 2008년 금융위기후 위기감… 블룸버그 前 시장 1억달러 기부
혁신적 공대 유치 프로젝트 추진

“교수-학생 소통” 교수연구실 없어… 민간기업도 입주 산학 협력 강화
“2043년 23억달러 경제적 가치 창출”

13일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코넬텍(코넬대 공대) 새 캠퍼스 준공식 현장. 민간 기업과 대학 연구실이 한곳에 입주해 아이디어가 곧 창업으로 연결될 수 있는 환경을 갖췄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13일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코넬텍(코넬대 공대) 새 캠퍼스 준공식 현장. 민간 기업과 대학 연구실이 한곳에 입주해 아이디어가 곧 창업으로 연결될 수 있는 환경을 갖췄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코넬텍은 뉴욕의 미래를 위한 투자입니다. 뉴욕이 실리콘밸리부터 서울까지 전 세계의 기술 센터들과 경쟁할 수 있게 도울 것입니다.”

13일 오전 미국 뉴욕 맨해튼 루스벨트아일랜드에서 열린 코넬텍(Cornell Tech·코넬대 공대) 새 캠퍼스 준공식에서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은 “졸업생들이 만든 회사와 혁신이 새 일자리를 만들어낼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2011년 시장으로 재임하면서 뉴욕 경제를 다각화하기 위해 1억 달러(약 1130억 원)를 내걸고 혁신적인 공대를 유치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코넬텍은 그 결실이다.

1만4000명이 거주하는 작은 섬에는 이날 빌 더블라지오 현 시장,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 등 뉴욕의 거물 정치인이 총출동했다. 2013년 선거에서 블룸버그 전 시장을 맹렬히 공격했던 더블라지오 시장도 이날은 “(블룸버그 전 시장에게) 850만 뉴요커를 대신해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쿠오모 주지사는 “우리의 경쟁력엔 공백이 있었다. 우리는 기술 경쟁에서 지고 있었다. 다른 쪽이 우세하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경쟁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반성했다.

실제로 세계 금융의 중심지인 뉴욕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위기감이 고조됐다. 핵심 산업인 금융 패션 미디어 법률 회계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이 서부의 실리콘밸리에서 등장한 기술기업과 혁신적인 서비스에 밀린다는 위기감이 고조됐다.

반성의 결과로 세워진 캠퍼스 중앙엔 이 학교에 1억 달러를 기부한 블룸버그 전 시장의 두 딸의 이름을 딴 ‘에마 앤드 조지나 블룸버그센터’가 들어서 있다. 연구실과 강의실로 이용되는 이 건물에는 독립된 교수 연구실이 없다. 교수들이 학생들과 더 활발하게 소통할 수 있게 벽을 허문 것이다. 블룸버그 전 시장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교수 연구실이 없는 캠퍼스일 것”이라고 말했다.

산학 협력을 활성화하기 위해 민간 기업과 대학 연구실이 한곳에 입주한 공간을 마련한 것도 특징이다. ‘브리지’로 불리는 건물엔 연구실 외에 미국 금융회사인 씨티그룹, 투자회사인 투 시그마 인베스트먼트, 이탈리아 제과회사인 페레로 등이 입주했다. 코넬텍 입주 1호 기업인 투 시그마의 앨프리드 스펙터 기술이사는 “직원들이 대학의 아이디어들과 연결돼 전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것을 만들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캠퍼스 옆엔 세계 최고층 패시브 하우스(친환경 건물)인 26층짜리 기숙사가 들어섰다. 내년에는 각종 국제 콘퍼런스를 개최할 수 있는 고급 호텔도 문을 연다. 300명의 학생과 30여 명의 교수진으로 구성된 학사과정은 기술 혁신과 창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컴퓨터공학 경영학 법학 전공자들도 제품 개발과 창업을 경험하는 ‘스튜디오’ 학점을 이수해야 한다.

언어교정 애플리케이션(앱)인 스피치업을 공동 창업한 일라이자 브루스(26·코넬대, 파슨스디자인스쿨 졸업)는 “대도시인 뉴욕은 고객은 물론이고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교사와 기업가를 만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뉴욕시는 코넬텍에 부지를 제공하고 캠퍼스 준공식에 맞춰 통근용 페리 선착장까지 만들었다. 작은 섬이 전철, 버스, 자동차, 트램(케이블카) 외에 배까지 다니는 교통 요지가 된 것이다. 코넬텍엔 지금까지 6억8300만 달러가 투자됐다. 뉴욕시와 코넬대는 2043년까지 투자를 계속해 학생 수를 2000명으로 늘리고, 8000개 일자리와 23억 달러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계획이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실리콘밸리#코넬텍#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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