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머니 기업사냥에 칼 빼든 EU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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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기술 유출-안보침해 우려 기업
외국투자자 M&A땐 심사 강화키로
美 다국적기업 과세 강화도 급물살

작년 EU에 47조원 투자한 中
“심사 강화는 보호무역 수단” 반발

“유럽이 행동할 시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다국적 기업들에 ‘저승사자’로 불리는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유럽연합(EU) 경쟁담당 집행위원이 최근 “외국 투자가들이 핵심 기술을 가진 유럽 회사들을 인수하는 것에 대해 우려가 크다”며 이같이 경고했다. 이어 “그들은 실은 국가 자본인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는데 이는 다분히 중국을 겨냥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또 “유로만큼 좋은 외국 자본은 없다”란 말로 달러화나 위안화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구글, 아마존 등 미국 글로벌 자본에 천문학적인 금액의 과징금을 부과했던 저승사자가 이번에는 차이나머니에 대한 견제에 팔을 걷어붙인 것이다. EU는 9월부터 세계 주요 2개국(G2)인 미국과 중국 자본을 동시에 견제하기 위한 작업에 돌입했다. 외국 자본의 무차별적인 유럽 기업 인수합병(M&A)에 대한 EU 회원국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보호주의라는 비판을 감수하고서라도 관철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13일 유럽의회 기조연설에서 외국 자본들의 손에 들어갈 경우 민감한 기술 유출이나 국가 안보에 악영향이 우려되는 EU 기업 M&A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외국 자본의 M&A 시도가 EU 국경을 넘나들거나 유럽 전반에 우려가 될 수 있다고 판단되면 각국은 EU에 결정 지침을 구해야 한다.

이는 알짜배기 EU 기업을 싹쓸이하고 있는 차이나머니를 겨냥한 것이다. 지난해 중국의 EU 투자는 350억 유로(약 47조6000억 원)로 전년보다 77%나 늘었다. 지난 한 해 동안 독일의 ‘히든 챔피언’ 로봇 기업 쿠카, 핀란드의 게임 회사 슈퍼셀, 영국의 대형 데이터센터 업체 글로벌 스위치 등이 중국 자본의 문어발식 지분 인수 대상이 됐다. 2012년 한 건에 불과했던 중국 기업의 유럽 정보기술(IT) 기업 인수는 지난해 25건으로 급증했다.

또 기업 인수에 시장의 목적이 아닌 정치적 목적이 포함됐다고 판단되거나 인수 기업이 정부 지원금을 받은 것으로 밝혀질 경우에도 EU는 거래를 중단시킬 수 있다.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방산 혹은 에너지 분야에 중국의 투자를 제한하기 위한 조치다.

EU는 차이나머니뿐만 아니라 유럽 시장을 파고드는 미국 다국적 기업에 대한 옥죄기도 강화하고 있다. 15일 시작되는 EU 28개국 재무장관회의에서는 조세 회피로 유럽에 정당한 세금을 내지 않는 미국 다국적 기업에 대한 과세 강화 방안이 본격적으로 논의된다.

그러나 중국과 미국 모두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누가 이 전쟁의 승자가 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 중국 상무부는 7월 “EU가 민감한 분야에 대한 투자 심사를 강화하는 건 보호무역의 수단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6월 말 EU가 반(反)독점법 위반 혐의로 24억2000만 유로(약 3조290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자 구글은 최근 유럽사법재판소(ECJ)에 소송을 제기하면서 반격에 나섰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차이나머니#eu#다국적기업#과세#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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