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美, 농산물 관세 즉시철폐도 요구”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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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통상매체 “FTA공동위서 제기… 한국산에는 5∼10년 추가부과 밝혀”
정부 “모든 내용 다뤄” 부인 안해
“美, 한미FTA 개정 압박용” 분석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을 원하는 미국이 자국 농산물에 대한 관세를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해 파장이 예상된다.

겉으로는 미국산 농산물의 대(對)한국 수출을 늘려 무역수지 적자를 만회하겠다는 주장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국이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제안을 던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진하는 한미 FTA 폐기의 빌미로 삼으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다만 북핵 위기가 고조된 현 상황에 한미 FTA를 흔드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이 미국 내에서 나오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FTA 폐기 주장이 얼마나 힘을 받을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 민감한 농산물 이용해 ‘FTA 재협상’ 압박

4일 미국 통상전문매체 ‘인사이드 유에스 트레이드’는 “미국이 한국에 지난달 21일 열린 한미 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에서 농산물 수입 관세를 즉시 철폐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또 “미국의 무역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한국산 농산물에는 관세를 5∼10년간 추가로 부과하겠다고 밝혔다”고 덧붙였다.

한국 정부는 이 같은 보도에 대해 부인하지 않고 있다. 통상교섭본부 측은 “공동위원회 특별회기에서 한미 FTA 협정문과 관련해 다룰 수 있는 모든 내용을 다뤘다”고 밝혔다. 농축산물 분야 역시 예외가 아니었음을 시사한다.

정부는 농산물 문제에 정면 대응하는 대신 한미 FTA의 효과에 대한 자체 분석에 나섰다. 국책연구원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한미 FTA 종료로 미국은 연간 13억2000만 달러, 한국은 11억6000만 달러의 관세 절감 혜택이 사라질 것으로 전망하며 FTA 폐기가 미국에도 불리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미국이 이처럼 민감한 농산물 관세 문제를 거론하기 시작한 건 한국을 FTA 개정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강도 높은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FTA 폐기 발언이 한미 FTA 개정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겠다는 의도로 풀이되는 것처럼 ‘벼랑 끝 전략’에 따라 한국이 움찔할 수밖에 없는 제안으로 자국의 이익을 최대한 챙겨보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는 지적이다.

○ 한국서 FTA 반대 목소리 다시 커질 수도

자동차, 철강 분야에 국한될 것으로 여겨졌던 한미 FTA 재협상 대상이 농산물로까지 확대될 경우 파장은 클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 농산물 개방은 단순한 경제 문제를 넘어서는 민감한 문제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한미 FTA 협상 과정에서 불거진 농민들의 격렬한 반발, 협상 타결 후 쇠고기 추가 개방을 둘러싸고 벌어진 광우병 파동 등이 대표적이다. 정민국 한국농촌경제연구원 FTA이행지원센터장은 “경제적 균형, 국민 정서 등을 감안할 때 농산물 추가 개방은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며 “오히려 미국산 농산물 공세를 방어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한미 FTA에서 농산물은 1531개 품목 중 98%(1502개)를 개방했다. 수치만 보면 개방률이 높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장벽이 매우 높다. 쌀이 개방 품목에서 제외됐고 콩(식용대두), 감자 등은 수입쿼터가 적용돼 수입량이 제한되고 있다. 포도(여름), 오렌지(겨울) 등은 계절관세를 부과해 한국산 포도 및 귤과의 경쟁을 최소화하도록 했다. 고추, 마늘, 양파 등 민감 품목 118개는 관세가 철폐되기까지 15년 이상 유예기간을 두고 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미국#농산물 관세#한미f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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