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지원 제재” vs “상응한 대가 치를것”… 美-이란 갈등 격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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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이란 군부 등 제재 대상 포함
이란 “美 개인-단체들 제재” 맞불… 핵 합의까지 흔들릴 가능성 커져
이란 강경파 득세… 개방정책 악영향

미국과 이란의 핵 합의가 위태로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란이 핵 합의의 기본정신을 이행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던 미국 정부는 하루 만인 18일 이란의 탄도미사일 개발 및 테러단체 지원 활동과 관련해 새로운 제재를 가하기로 했다. 이란은 즉각 반발하며 맞대응할 것을 시사했다. 이란 내부의 강경파들에게 힘을 실어 주면서 그간 서방과 관계 회복을 시도했던 하산 로하니 대통령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미 국무부가 새롭게 제재를 가한 곳은 이란의 탄도미사일을 개발하는 혁명수비대 산하 우주항공 관련 기관 2곳이다. 이와 별도로 미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이란 군부와 혁명수비대 활동을 지원한 개인과 단체 16곳을 제재 리스트에 올렸다. 이 18곳은 미국 내 자산이 동결되고 미국과 거래를 할 수 없게 됐다.

미 국무부는 성명을 통해 “이란은 하마스와 헤즈볼라 등 이스라엘과 중동의 안정을 위협하는 테러리스트 단체를 지속적으로 지원해 왔다”고 비난했다. 미국은 이번 신규 제재가 이란의 핵 합의 준수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전날 미 국무부는 의회 보고를 통해 “이란이 핵 합의를 준수하고 있지만 기본정신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란은 “일방적이며 불법적인 제재”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란 외교부는 “우리 국민과 다른 무슬림들에 반하는 행동을 한 미국의 개인과 단체를 제재할 것”이라며 맞대응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미국이 추가 제재를 발표하기 전 모하마드 호세인 바게리 이란군 참모총장은 “이란 혁명수비대를 테러와 연관해 미국 정부가 또 제재한다면 혁명수비대는 중동 내 미군 기지와 미국에 큰 위험을 안겨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이번 제재 대상에 포함된 이란 혁명수비대 공군의 아미르 알리 하지자데 장군은 “미국인들은 이슬람 정권의 힘과 능력을 약화하려고 한다”며 “혹독한 대가의 상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핵 합의를 둘러싸고 미국과 이란의 냉각기가 지속되면서 미국에 적대적인 이란의 강경파들이 득세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온건파인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5월 재선에 성공하며 세계에 대한 외교와 문호 개방을 옹호하고 있지만 그의 행보는 사법부 강경파와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견제를 받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이란 사법부가 미국 프린스턴대 대학원생인 중국계 미국인 시웨 왕에 대해 간첩 혐의로 징역 10년형을 선고하고, 로하니 대통령의 남동생을 구속한 일련의 사건이 이란 내 권력투쟁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WP는 “이란 사법부 강경파들이 서방 국가와의 관계 개선을 가로막고 있다”며 “다음 달 로하니 대통령의 2기 내각 발표 때까지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은 신규 제재를 발표하면서 이란이 부당하게 억류한 미국인과 외국인의 석방을 촉구했지만 오히려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더 커졌다.

카이로=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 이란 핵 협상 주요 일지

▽2017년 7월 18일
미 정부, 이란 탄도미사일 개발 및 테러단체 지원 관련 개인 8명, 단체 10곳 제재
▽2017년 4월 19일 미 국무부 “이란 핵 합의 전면 재검토” 미 의회 보고
▽2017년 2월 3일 미 정부, 이란 탄도미사일 도발 관련 개인 13명, 단체 12곳 제재
▽2016년 9월 26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후보, 1차 TV토론에서 “이란 핵 협상은 최악의 협상”
▽2016년 1월 16일 국제사회, 대이란 경제·금융 제재 해제 ‘이행일(Implementation Day)’ 선언
▽2015년 7월 14일 미국 주도 국제사회, 이란과 핵 협상 타결
#핵#미국#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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