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세차례 시진핑 최측근 만난 정의선… 사드 보복 넘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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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현대차 충칭공장 행사前 면담

鄭부회장과 천민얼 지난해 11월 중국 구이저우성에서 만난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왼쪽)과 천민얼 신임 충칭시 서기. 현대자동차 제공
鄭부회장과 천민얼 지난해 11월 중국 구이저우성에서 만난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왼쪽)과 천민얼 신임 충칭시 서기. 현대자동차 제공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과 중국 천민얼(陳敏爾·57) 신임 충칭(重慶)시 서기의 인연이 화제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보복으로 현대차가 어려움에 빠진 가운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최측근과 2년간 3차례나 만남이 이뤄진 덕분이다. 현대차그룹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했던 쑨정차이(孫政才) 전 충칭시 서기의 향후 행보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정 부회장이 새로운 관시(關係)를 만들지 주목받고 있다.

정 부회장은 19일 중국 충칭에서 열린 현대차 충칭공장 생산기념식에 앞서 천 서기와 만났다. 천 서기가 충칭시 서기로 임명된 지 5일 만이다. 이 자리에서 정 부회장과 천 서기는 중국 내 현대·기아차의 판매 부진을 포함해 중국 중서부의 자동차 산업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회장과 천 서기의 첫 인연은 지난해 4월 당시 구이저우(貴州)성 서기였던 천 서기가 경기 화성시의 현대·기아차 연구개발센터를 방문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천 서기는 외교부 초청을 받아 통상투자협력 강화와 산업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중국 구이저우성 구이양(貴陽)에서 열린 현대차의 중국 빅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한 합작협의서 체결식에서도 천 서기를 만났다.

천 서기는 시 주석이 저장(浙江)성 서기로 근무할 때 선전부장으로 오랫동안 함께 일했다. 특히 현지 신문에 게재된 시진핑의 칼럼 즈장신위(之江新語) 초고를 4년간 담당할 정도로 신임을 받으며 시 주석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충칭시 당 서기 자리는 베이징 (北京) 상하이(上海) 톈진(天津) 등과 함께 정치국 위원뿐 아니라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올라가는 전 단계로 꼽힌다. 천 서기 역시 올가을 열릴 19차 당 대회에서 정치국 위원으로 승진할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그룹은 중국 내의 사업 확대를 위해 유력 인물들과의 네트워크에 공을 들여왔다. 이날 충칭공장 생산기념식에도 참석한 설영홍 고문도 현대차가 중국에 안착하는 데 기여한 대표적인 중국통이다. 중국 사정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은 시진핑 시대에 와서 중국 내 네트워크 부족이 지적됐지만 정 부회장이 천 서기와 관계를 쌓으면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충칭공장서 시범생산한 ‘취안신루이나’ 19일 중국 충칭공장 생산기념식에 참석한 충칭시 장궈칭 시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왼쪽에서 세 번째)과 함께 시범생산한 현지전략 소형 세단 ‘취안신루이나’를 살펴보고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충칭공장서 시범생산한 ‘취안신루이나’ 19일 중국 충칭공장 생산기념식에 참석한 충칭시 장궈칭 시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왼쪽에서 세 번째)과 함께 시범생산한 현지전략 소형 세단 ‘취안신루이나’를 살펴보고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이날 생산기념식을 연 충칭공장은 현대차가 중국 중서부 지역 공략을 위한 전략적 생산 기지로 건설됐다. 2015년 6월 착공에 들어가 충칭공장 전용 생산 모델인 중국 전략 소형 신차의 품질 확보를 위해 4월부터 3단계에 걸쳐 시험생산을 하고 있다.

충칭시 량장신구(兩江新區)의 국가경제개발구역 내 약 200만 m²의 땅에 30만 m² 규모로 건설된 충칭공장은 현대차와 베이징기차가 공동으로 10억 달러(약 1조1228억 원)를 투자했다. 현대차 측은 “8월 말부터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가 올해 소형 신차를 약 3만 대 생산하고, 향후 시장 수요에 따라 생산량을 탄력적으로 조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8월 말 연간 30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충칭공장이 본격 가동에 들어가면 현대차는 베이징(1∼3공장)과 창저우(滄州)를 포함해 중국 전역에 5개의 승용차 생산거점을 구축하게 된다. 연간 165만 대의 생산능력을 갖추는 것이다. 기아차와 상용차를 포함한 전체 규모로 보면 자동차 생산량은 연간 270만 대에 이른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1∼6월) 현대·기아차의 중국 판매량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46.7% 줄면서 공장 완공이 마냥 좋은 소식은 아니다. 현대차 측은 “지난달 약 150명 규모로 ‘중국시장 경쟁력 강화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고 폴크스바겐그룹의 중국 디자인 총괄을 담당했던 사이먼 로스비를 영입하는 등 중국 시장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정의선#사드#현대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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