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만의 ‘뮤지컬 외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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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드웨이 42번가’ 남자 주인공 마쉬역의 배우 김석훈

데뷔 20년차 배우지만 김석훈은 대본 분석만큼은 열정적인 학구파 배우다. 그는 “브로드웨이 42번가 영어 대본을 구해 3주간 분석했다”며 “한국어 대본을 먼저 보니 입에 붙지 않는 대사들이 있었다. 이해 차원에서 오리지널 영어 대사를 공부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데뷔 20년차 배우지만 김석훈은 대본 분석만큼은 열정적인 학구파 배우다. 그는 “브로드웨이 42번가 영어 대본을 구해 3주간 분석했다”며 “한국어 대본을 먼저 보니 입에 붙지 않는 대사들이 있었다. 이해 차원에서 오리지널 영어 대사를 공부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제 배우 인생에서도 줄리안 마쉬 같은 연출가가 있죠. 산울림의 임영웅 대표가 제게 그런 분이에요.”

배우 김석훈(45)이 ‘왕과 나’ 이후 14년 만에 뮤지컬 무대에 오른다.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의 남자 주인공 줄리안 마쉬 역을 통해서다. 마쉬는 미국 브로드웨이 뮤지컬 제작자로 대공황 이후 투자를 받지 못해 어려워진 공연 시장에서 신인배우 페기 소여를 발굴해 뮤지컬 흥행 역사를 써내려가는 인물이다.

14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블루스퀘어에서 만난 그는 “20여 년간 배우 생활을 해 오며 수많은 연출가를 봤지만 마쉬를 보며 떠오른 분은 1999년 국립극단 연극 ‘친구들’에서 함께 작업한 임영웅 감독”이라고 말했다.

“임 연출은 배우들에게 굉장히 무섭고 완벽주의를 요구해요. 별명이 히틀러에서 딴 ‘임틀러’였다니까요. 그런 감독님이 제 장난에는 유독 ‘허허’ 웃어 주셨어요. 철없는 어린 배우의 자질을 눈여겨보고 예뻐해 주신 거죠.”

1998년 국립극단 단원으로 연기생활을 시작해 그해 SBS 드라마 ‘홍길동’으로 얼굴을 알린 그는 뮤지컬 마니아다. 오로지 공연을 보고자 영국 웨스트앤드, 미국 브로드웨이로 여행을 떠날 정도다. 하지만 심오한 뮤지컬을 선호하는 그의 관람 리스트에 쇼 뮤지컬은 빠져 있었다. 그런 그가 왜 쇼 뮤지컬의 정수로 꼽히는 브로드웨이 42번가에 출연하게 된 걸까. “영화 ‘라라랜드’를 본 뒤 마음을 고쳐먹었어요. 심오한 내용이 담기지 않아도 남녀 간 사랑 이야기가 때로는 백만 권의 책보다 좋을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됐거든요.”

과거 마쉬 역을 연기한 남경주, 박상원 등은 중후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을 연기했다. 하지만 김석훈의 마쉬는 조금 다를 예정이다. 그는 “공연을 코앞에 두고 여주인공이 부상을 입는 바람에 신인 배우를 36시간 연습시켜 무대에 올리는 제작자 심정이 오죽하겠냐”며 “성질 급하고 넥타이 풀어헤친 채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열정적인 연출자를 연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꼽은 브로드웨이 42번가 명장면은 뭘까. “신인에서 단박에 스타가 된 페기 소여에게 마쉬가 이렇게 충고해요. ‘브로드웨이를 밝게 빛내줘라. 넌 착한 애니깐. 온 마음을 많은 사람들에게 다 주지 말고, 스스로 관리를 잘해라’라고요. 제가 배우라서 그런지 마음을 울리는 장면이죠.”

8월 5일부터 10월 8일까지, 서울 구로구 디큐브아트센터 6만∼13만 원, 1588-5212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마쉬#배우 김석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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