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시신 2구 냉장고에 숨겨온 생모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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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서 네일숍 운영 30대女 구속영장

김모 씨가 아기 시신 2구를 보관했던 양문형 냉장고. 김 씨는 지난해 4월 부산 남구의 A 씨 아파트에서 동거를 시작할 때 시신을 종이 박스에 담아 이 냉장고 냉동실로 옮겼다. 부산지방경찰청 제공
김모 씨가 아기 시신 2구를 보관했던 양문형 냉장고. 김 씨는 지난해 4월 부산 남구의 A 씨 아파트에서 동거를 시작할 때 시신을 종이 박스에 담아 이 냉장고 냉동실로 옮겼다. 부산지방경찰청 제공
자신이 낳은 두 아기의 시신을 냉장고 냉동실에 보관한 30대 여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짧게는 1년 5개월, 길게는 2년 9개월 동안이었다. 부산 남부경찰서는 18일 김모 씨(34·자영업)를 긴급 체포해 영아살해 및 사체유기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17일 낮 12시경 부산 남구 한 아파트 냉장고에 아기 시신이 있다는 B 씨(45·여)의 신고를 받았다. 출동한 경찰은 냉장고 냉동실 맨 아래 칸에서 검정 비닐봉지에 담긴 아기 시신을 발견했다. 이 아기는 김 씨가 지난해 1월 출산한 여아로 밝혀졌다.

김 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아기 시신이 더 있다고 진술했다. 다시 아파트로 출동한 경찰은 냉동실 아래서 두 번째 칸에서 다른 검정 비닐봉지에 담긴 여아 시신을 찾아냈다. 김 씨가 2014년 9월 부산의 병원에서 출산한 아기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조사 결과 냉동실 아래서 두 번째 칸 아기는 김 씨가 병원에서 낳은 뒤 당시 남구 대연동 자신의 원룸에 데려왔으나 제대로 돌보지 않아 이틀 만에 숨진 것으로 드러났다. 김 씨는 경찰에서 “아기를 낳았지만 키울 여력이 안 돼 방치했다. 결국 숨져 냉동실에 보관했다”고 진술했다. 다른 아기는 김 씨가 원룸 욕실에서 자정 무렵 혼자 출산했고, 직후 기절한 김 씨가 두 시간 정도 지난 뒤 깨어 보니 숨져 있어 역시 냉동실에 보관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출산 사실이 알려지기를 꺼린 김 씨가 두 아기 시신을 다른 곳에 유기하면 들킬까 봐 냉동실에 넣은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유흥업소에서 일한 것으로 알려진 김 씨는 두 아기의 생부가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고 있다.

김 씨는 지난해 4월 자신의 원룸을 처분하고 A 씨(49) 아파트에서 동거를 시작했다. 김 씨는 검정 비닐봉지에 각각 넣은 아기 시신 2구를 종이박스에 담아 포장이사를 통해 A 씨 집으로 가져와서 냉동실에 보관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조사에서 동거남 A 씨는 “냉동실에 아기 시신이 있는 줄은 전혀 몰랐다”며 “냉장고에 뭐가 있는지 남자들이 어떻게 일일이 아느냐”고 말했다. 집에는 A 씨의 78세 노모도 함께 살고 있었지만 거동이 불편해 역시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올 1월 유흥업소 생활을 그만두고 네일숍을 시작한 김 씨의 엽기적인 행각은 A 씨의 여동생 B 씨가 오빠 집을 찾으면서 드러났다. 노모에게 식사를 차려드리기 위해 냉동실에서 음식 재료를 찾다 그 비닐봉지를 열어본 것.

경찰은 일단 김 씨가 아기들을 방치해 숨지도록 한 것으로 보고 있지만, 살해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19일 시신 2구를 모두 부검할 예정이다. 또 범행 동기 및 친부 관계도 조사하고 있다.

국내에서 아기 시신을 냉장고에 유기한 사례는 2006년 서울 서초구 서래마을에 살던 프랑스 여성이 자신의 아기 둘을 살해해 냉동실에 3∼4년간 보관한 것이 밝혀진 데 이어 두 번째다. 이 여성과 남편은 프랑스에서 재판에 넘겨졌다.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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