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음위험 내리막길, 올림픽 공사…영동고속道 곳곳 사고위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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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사망자 2000명 줄이자/시즌2]<7> 휴가철 앞두고 위험구간 긴급점검


지난해 7월 영동고속도로 상행선 봉평터널에서 관광버스가 정체로 멈춰 있던 승용차를 들이받았다. 20대 여성 4명이 그 자리에서 숨졌다. 이달 11일 영동고속도로 상행선 둔내터널 근처에서 고속버스가 승합차를 들이받아 70, 80대 노인 4명이 숨졌다. 두 사고의 원인은 모두 졸음운전.

4, 5월 나들이 철과 7, 8월 휴가철이면 영동고속도로 통행량은 급증한다. 국민의 30%가 강원 동해안에서 여름휴가를 보낼 정도다. 1975년 완전 개통한 영동고속도로는 태백산맥의 험준한 지형 탓에 태생적으로 경사와 곡선 구간이 많다. 졸음운전 유발 요인이 다른 고속도로보다 많다. 한번 사고가 나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 졸음에 취약한 ‘내리막 상행선’

16일 영동고속도로 상행선 대관령 구간. 대관령 나들목을 갓 지난 곳으로 인천까지 약 210km 남았다. 해발 805m로 영동고속도로에서 가장 높은 곳이기도 하다. 잠시 후 ‘관성 운행 구간’이라고 쓰인 파란색 표지판이 눈에 들어왔다. 도로 오른쪽 끝에 ‘지금부터 가속페달 밟지 마세요’라는 표지판이 이어졌다. 가속페달 없이 관성으로 내리막길을 달릴 수 있다는 의미다. 탄력 덕분에 속도계 눈금은 시속 100km를 훌쩍 넘었다.

이런 내리막길이 원주까지 이어진다. 약 80km다. 경사의 차이는 있지만 나들목 주변 평지 구간을 제외하고 줄곧 내리막이다. 거대한 눈썰매장 슬로프인 셈이다. 새말∼강릉 구간(91.4km)이 골짜기 지형을 따라 건설됐기 때문이다. 현장에 동행한 변동섭 교통사고과학연구소장(53·교통사고 감정사)은 “관성으로 달리는 내리막에서는 운전자의 긴장과 주의력이 풀리기 쉬워 수시로 속도계를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둔내터널(3.3km)과 봉평터널(1.4km)은 상하행선 모두 상습 정체구간이다. 고속으로 달리는 도로 한가운데의 차량 정체는 대형 사고를 일으키는 가장 위험한 요인이다. 언제 정체가 있을지 모르는 데다 멀리서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과속하다가 앞차를 들이받기 십상이다. 봉평터널과 둔내터널 사고가 대표적이다.

터널 앞뒤 상황을 쉽게 파악하기 힘든 문제도 있다. 영동고속도로 상행선 봉평터널 입구는 내리막 구간에 있다. 입구에서 전방 400m까지는 오르막이다. 오르막 구간을 달리던 차량은 터널 상황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자칫 졸거나 한눈을 팔다가 갑자기 내리막길에 들어서면 순식간에 터널에 이르게 된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봉평터널에서 일어난 사고 17건 중 16건이 상행선에서 있었다.

봉평터널과 둔내터널 모두 상행선은 내리막 직선차로다. 변 소장은 “과속하는 운전사는 앞뒤 상황을 제때 알아차리기 어렵다”며 “일반도로도 위험하지만 고속도로에서는 훨씬 위험하다”고 말했다. 특히 영동고속도로는 1년 중 120일가량 안개가 끼고 강풍까지 자주 나타나는 등 변화무쌍한 날씨로 악명이 높다. 이런 상황을 모르는 운전자가 놀라서 운전대를 급하게 조작하거나 급제동을 걸었을 때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 연말까지 ‘공사중’, 휴가철 방심은 금물

영동고속도로는 평일과 주말의 교통량 편차가 크다. 주말이 38.5%나 더 많다. 하지만 연말까지 이어지는 공사 때문에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정체가 나타나고 있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 및 패럴림픽을 대비해 도로 환경을 개선하는 공사가 대대적으로 진행 중이다. 여주∼강릉 145.2km에서 1개 차로씩 막아 가드레일 교체, 콘크리트 중앙분리대 신설, 도로 재포장 등의 공사를 벌인다. 이날도 17곳에서 공사가 있었다.

개량공사가 진행 중인 구간에서는 수시로 차로 수가 줄고 늘었다. 공사 구간마다 1km 남짓 전부터 놓여진 원통형 러버콘(원통 또는 원뿔 모양의 빨간색 도로 차단물)이 차량을 다른 차로로 유도했다. 이날도 진부∼속사 상행선 55km 공사 구간에서 정체가 꼬리를 물었다. 차량들은 공사 구간에서 서행했다가 공사가 없는 구간에 접어들자 무섭게 속도 내기를 반복했다.

한국도로공사(도공)는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다양한 교통시설물을 설치했다. 상행선 평창 나들목을 지나자 “공사 구간입니다. 시속 80km로 서행하세요”라는 음성이 들렸다. 창문을 닫은 차량 안에서도 또렷했다. 도공이 설치한 ‘지향성 스피커’다. 반짝이는 빨간색 발광다이오드(LED) 전광판의 ‘공사’ ‘서행’이라는 경고문구와 함께 운전자의 주의를 환기시키는 역할을 한다.

○ 다음 달 ‘최장 터널’ 개통

영동고속도로 완전 개통 42년 만에 수도권과 동해안을 잇는 2번째 고속도로가 6월 말 개통한다. 현재 동홍천 나들목까지 이어진 서울∼양양고속도로가 양양분기점까지 완전 개통하는 것이다. 이번 개통 구간(71.7km)은 72%가 터널 및 교량으로 구성돼 영동고속도로보다 완만한 경사의 직선 선형을 갖췄다. 운전 환경은 쾌적하다. 하지만 과속과 졸음운전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 2009년 개통한 기존 서울∼동홍천 구간(78.5km)도 좋은 도로 환경 때문에 일부 폭주 운전자의 집합소가 되기 일쑤였다. 이를 우려해 국내 최장 터널인 인제터널(11km)은 완만한 S자 형태로 설계됐다.

도공 관계자는 “서울∼양양고속도로는 영동고속도로와 지형 및 교통량 특성이 비슷하지만 터널과 교량이 더 많아 과속은 물론이고 졸음운전에 훨씬 주의해야 한다”라며 휴가철 안전운전을 당부했다.

원주=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 공동기획 : 국민안전처 국토교통부 경찰청 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tbs교통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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