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직구 인기 수면 호르몬 ‘멜라토닌’, 괜찮나?

조건희기자 입력 2017-05-15 03:00수정 2017-05-1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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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라토닌 제제 허와 실
해외 출장 후 시차 탓에 고생하던 회사원 한모 씨(38)는 동료가 ‘잠 잘 오는 캡슐’이라며 건넨 수면 호르몬 멜라토닌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 향정신성 수면제보다 부작용이 적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한 씨가 해외 직접구매(직구) 사이트에서 추가로 구매하려던 멜라토닌은 세관을 통과하지 못했다. 한 씨는 “미국에선 편의점에서도 파는 건강기능식품인데 왜 한국에 들여올 수 없느냐”며 답답해했다.

최근 수면장애에 시달리는 환자가 늘면서 멜라토닌 제제에 대한 관심이 높다. 멜라토닌은 주변이 어두울 때 분비돼 몸의 열을 떨어뜨리고 혈압과 혈당을 수면에 적합한 상태로 조절해줬다가 날이 밝으면 분비가 억제된다. 해외여행 후 생체리듬이 깨지거나 나이가 들면 몸속 멜라토닌이 부족해지는데, 이를 캡슐이나 물약 형태로 보충하는 것이 멜라토닌 제제다.

멜라토닌은 해외 직구 사이트에서 인기가 높다. 14일 미국의 한 건강기능식품 판매 사이트에서 검색해보니 수면 보조용 멜라토닌 제제 수십 종이 나타났고, 멜라토닌을 넣은 반려견 안정용 젤리까지 판매 중이었다. 한국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해외 직구 이용자 1000명 중 277명은 멜라토닌 등 건강기능식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의류·신발류(634명)에 이어 두 번째로 구매 빈도가 높다.


하지만 국내에선 멜라토닌 제제를 온라인으로 구매하거나 해외여행 시 짐에 넣어 귀국하다가 적발되면 통관 폐기 처분된다. 2014년부터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됐기 때문. 해외 소재지로 1차 배송한 뒤 품목명을 바꿔 다시 국내로 택배를 보내는 ‘배송대행’을 이용하더라도 세관에 적발되면 마찬가지로 폐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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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사이에선 국내 의약품 분류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반발도 있다. 멜라토닌은 몸속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물질이라 부작용 우려가 적은데도 일괄적으로 처방을 요구하는 것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좁힌다는 것이다. 실제로 멜라토닌은 벤조다이아제핀 계열 항불안제나 졸피뎀 등 수면유도제보다 기억력 감퇴, 의존성 등의 부작용이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보건당국은 해외에서 판매되는 멜라토닌 제제 중 성분 함량이 표기와 다른 제품이 많아 처방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경고한다. 2월 캐나다 겔프대 연구진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미국에서 시판 중인 관련 제품 31종을 수거해 검사한 결과 멜라토닌 성분이 표기대로 들어있는 제품은 10종에 불과했고, 실제 함량이 표기의 4.7배에 달한 제품도 있었다.

장정윤 식품의약품안전처 순환계약품과장은 “멜라토닌은 과량 복용 시 신경과민, 사지통증복통, 무력증, 고혈압 등 부작용 우려가 있고 유럽과 일본 등 대다수 국가가 의사의 처방을 요구한다”며 “의사의 처방에 따라 복용해야 부작용 우려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수면 호르몬#멜라토닌#멜라토닌 부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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