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안철수-유승민-심상정 “담뱃값 유지” 홍준표만 “2000원 내리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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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족 800만 표심은… 주요 대선후보들 금연정책 공약

회사원 박재성 씨(43)는 최근 공공연하게 특정 대선 후보를 찍겠다고 직장 동료들에게 선언했다. 담뱃값 때문이었다. 그는 하루에 한 갑 정도를 피운다. 2015년 1월 담뱃값이 2000원 오르면서 매월 흡연비용이 7만 원대에서 12만 원대로 늘었다. 박 씨는 “흡연자들은 내 심정 알 것”이라며 “○ 후보가 ‘담뱃값을 내리겠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해서 호감을 가지게 됐다”고 밝혔다.

대선 후보들의 금연정책 공약은 어떻게 될까? 동아일보 취재팀은 18일 ‘당선되면 담뱃값을 내릴 것인가’ 등을 포함해 각 후보의 ‘금연정책’을 취재했다. 그 결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측은 내부적으로 ‘담뱃값 현행 유지’를 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 후보는 올해 초 출간한 자신의 대담집 ‘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서는 “담배는 서민들의 시름과 애환을 달래주는 도구”라며 “담뱃값은 물론 서민들에게 부담을 주는 간접세는 내리고 직접세는 적절하게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집권하면 담뱃값이 내릴 것이란 기대가 애연가들 사이에서 생긴 이유다.

하지만 문 후보 측은 담뱃값 동결을 결정한 이유에 대해 “대담집은 박근혜 정부의 금연 가격 정책의 문제점과 서민에게 부담을 주는 간접세를 강조한 것”이라며 “논의 결과 담뱃값을 내리면 ‘흡연을 권장하는 거냐’는 반론도 클 것으로 우려됐다”고 밝혔다. 이에 담뱃값은 유지하되 세수는 국민건강 향상에 사용하는 구체적 공약을 구상 중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역시 담뱃값 동결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다만 집권 시 ‘비가격 정책’을 중심으로 금연정책을 펼 계획이기 때문에 담뱃값은 올리지 않을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 측은 “담뱃값 인상 관련 세수는 온전히 국민건강 증진에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도 “담뱃값은 현행대로 유지하겠다. 정책 일관성 차원”이라고 밝혔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 역시 “담뱃값을 유지한다. 관련 세수는 어린이 병원비와 흡연 관련 질병 치료비에 사용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반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집권 시 서민을 위해 담뱃값 인하 정책을 쓰겠다”고 밝혔다. 인하 수준은 담뱃값 인상 전인 2500원 수준으로 할 방침이다.

한국납세자연맹에 따르면 흡연자 62%가 지난해 4·13총선 당시 담뱃값 인상이 투표에 영향을 미쳤다고 응답했다. 국내 흡연자는 약 800만 명이나 된다. 대선 후보들이 담배 관련 정책이나 공약에 대해 조심스러워하는 이유다.

차기 정부에서 담뱃값이 변하지 않더라도 인상에 따른 세수분 중 상당 부분은 국민 건강 증진에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4년 6조9000억 원이던 담배 세수는 2015년 1월 담뱃값 인상 뒤 2015년 10조5000억 원, 지난해 12조3000억 원(추정치)으로 연평균 5조 원가량 올랐다. 반면 금연지원 사업 관련 예산은 연간 2000억 원대에 머물고 있다.

또 담배 세수 중 건강증진부담금은 2014년 1조6000억 원에서 2015년 2조7000억 원, 지난해 약 3조 원으로 소폭 늘었다. 복지부 관계자는 “건강증진부담금의 절반만 건강보험 지원에 쓰이고 나머지 절반은 직접 연관성이 적은 연구비 등에 사용된다”며 “담뱃값 인상 효과가 없다는 논란이 있지만 장기적으로 효과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국내 담뱃값(한 갑 4500원)은 선진국의 4분의 1 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31번째(2016년 기준)로 낮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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