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미일 경제대화, 日 ‘엔저 사수’ 비상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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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환율 등 압박 본격화 전망
트럼프 “달러 지나치게 강해” 지적… 日, 엔화 강세땐 경제타격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첫 미일 경제대화를 앞두고 일본 정부가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총리의 경제정책)의 기둥인 ‘엔저’를 사수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18일 도쿄(東京)에서 열리는 이번 경제대화에서는 2월 미일 정상회담에서 본격적인 논의를 미뤘던 환율, 자동차 무역 불균형 등 경제 분야 이슈들을 놓고 미국의 본격적인 압박이 시작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17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예측 불가능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환율 정책을 다루지 않게 한다’는 방침을 정하고 정교한 대응책을 마련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중국 일본이 수년간 통화 약세를 유도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등 환율 문제에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일본 재무성은 2월 미일 정상회담에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의 경제대화 메커니즘을 만들자고 제안해 성사시켰다. 신문은 “(환율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관여를 희석시키려는 연출이었다”고 전했다. 아소 부총리는 지난달 독일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에서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에게 “환율에 대해서는 재무장관 사이에서 긴밀하게 소통하자”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12일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달러가 지나치게 강해지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일본의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시장이 출렁거리면서 엔-달러 환율은 약 5개월 만에 달러당 108엔대 후반으로 떨어졌다. 당시 일본 재무성 당국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엔화 강세 국면이 이어지면 일본 수출기업의 경쟁력이 낮아지면서 국내 투자 및 소비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일본 내에서는 미국이 ‘제2의 플라자합의’를 요구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1985년 달러화 강세를 완화하기 위해 맺은 이 합의가 결국 일본의 장기 침체로 이어지면서 ‘잃어버린 20년’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신문은 “미일이 30년 전과 유사한 길을 걷지 않을 것이란 확신을 아직 아무도 갖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이날 대화에서는 대일 무역적자 중 약 70%를 차지하는 자동차 관련 무역 불균형 문제와 미일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대신 양자 무역협정을 맺는 문제 등이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대화에 앞서 열리는 아베 일본 총리와 펜스 미 부통령의 오찬에서는 최근 긴박하게 움직이는 한반도 정세가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미일#경제대화#환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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