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문명의 프리킥]시진핑에 드리운 마오쩌둥 그림자

허문명논설위원 입력 2017-03-17 03:00수정 2017-03-17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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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문명 논설위원
“한국을 중국에서 몰아내자” 구호를 따라 외치는 중국 초등학생들에게서 문화대혁명(1966∼1976년) 시절 어린 홍위병들 모습이 겹쳐진다. 북한 ‘조선소년단’, 독일 ‘히틀러 유겐트’, 이슬람국가(IS) 소년병처럼 어린 학생들을 정치에 동원하는 운동은 파시스트적 독재자와 패권주의의 필수 요소다. 자유민주주의 인권정신은 어린이들을 정치적 목적으로 동원하거나 경제적으로 착취하는 걸 엄격히 금한다.

사드 보복이 노리는 것들

문화대혁명을 이끌었던 마오쩌둥의 최대 고민은 경제였다. 인민에게 낙원을 만들어 주겠다고 공산화 혁명을 성공시켰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개인영농에서 집단농장 체제로 바꿔 농업생산성을 높이겠다는 극좌 개혁이었던 대약진운동(大躍進運動)은 3000만∼5000만 명의 아사자를 내면서 대실패로 막을 내렸다.

경제 파탄이 정치 갈등을 격화시킨다는 것은 동서고금의 진리다. 대약진운동에 실패한 마오는 홍위병을 동원해 문화대혁명으로 절대권력 강화에 나섰다. 1981년 중국공산당은 ‘문화대혁명은 당·국가·인민에게 가장 심한 좌절과 손실을 가져다준 마오쩌둥의 극좌적 오류이며 그의 책임’이라고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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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주석의 최대 고민도 경제다. 고도성장이 꺾인 중국 경제는 ‘L’ 자(字)형 답보 상태다. 부동산 버블, 과도한 빈부격차, 급격한 고령화, 최악의 대기오염, 정부 주도 공공시설 투자 거품, 일자리를 찾아 농촌에서 도시로 이주한 2억 명 농민공은 언제라도 중국 사회를 밑바닥부터 흔들 수 있는 뇌관들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 후 중국에 대한 환율조작국 지정, 30% 관세폭탄 예고도 현실화 수순을 밟고 있다. 이번 미 금리인상도 악성 부채가 많은 중국 경제의 숨통을 조이는 요소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시 주석 취임 전 그를 ‘새로운 황제’라 칭하면서 ‘자신이 통치하게 될 거대 왕국인 중국보다 더 거대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고 했다. 시 주석도 마오처럼 경제 사회적 위기→사회 정치적 갈등 격화→절대 권력 강화라는 수순을 밟아가고 있는 것 같다.

근대 유럽도 그랬지만 절대 권력은 국제 질서까지 힘으로 누르려 하기 때문에 주변국과의 갈등이나 전쟁을 불러일으켰다. 독재자들이 국내 정치가 혼란할 때 대외정책에서 탈출구를 찾는 것도 흔하다.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은 그런 맥락이다. 반한 감정을 내세워 내부 통합 효과를 노리고 4월 초 미중 정상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초장부터 미국에 밀리면 안 된다는 위기의식도 엿보인다.

中 본모습 제대로 보여줬다

사드 보복은 중국에 독(毒)이 될 것이다. 중국은 겨우 북한을 끼고 있을 뿐 세계무대에서 변변한 우방이 없다. 덩치만 컸지 지구촌에서 외로운 섬이다. 이웃 나라들에 불량배처럼 행동하는 자신이야말로 분쟁의 당사자라는 것을 모른다. 한국 기업들이 중국에 기술을 전수해 주고 기여한 바가 적지 않다. 국내외 비난을 무릅쓰고 우리 국가원수가 전승절 행사까지 참석했는데 이런 선의와 기여를 보복으로 팽개치는 후안무치는 서구 자본의 투자 리스크를 배가시킬 뿐이다.

80년대를 풍미했던 일본의 부상처럼 중국의 부상도 최근 10여 년간 국제정치의 핫이슈였다. 우리도 ‘호랑이 등에 올라타야 산다’며 중국 드라이브를 걸었다. 이번 일은 중국의 본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었으니 우리에게도 큰 공부가 된 셈이다. 정치권, 특히 야당은 국제정세의 흐름을 직시하고 중국에 대한 환상에서 깨어나야 한다.
 
허문명 논설위원 angelhuh@donga.com
#마오쩌둥#사드 보복#시진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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