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불면 사회’ 수면장애 10년새 3배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17일 03시 00분


코멘트

인구 5%인 250만명 ‘괴로운 밤’

오후 9시 반쯤 미리 수면제를 먹는다. 누워서 TV를 켠 후 잠을 청한다. 좀처럼 잠을 이룰 수 없어 거실에 나와서 소파에 앉아있으면 자신도 모르게 졸게 된다. ‘이제 좀 자겠구나’ 싶어 침대에 다시 눕자마자 정신이 또렷해진다. “잠을 자야 내일 일을 하는데”라는 걱정이 머릿속에 맴돌다 보면 새벽이 된다.

3개월째 불면증을 앓고 있는 회사원 최영식 씨(32·서울 은평구)의 일상이다. 최 씨처럼 ‘수면장애(sleeping disorder)’를 앓는 한국인이 10년 새 두 배 넘게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세계 수면의 날’(17일)을 맞아 국민건강보험공단과 함께 2006∼2015년 국내 수면장애 환자를 분석한 결과 14만9280명(2006년)에서 46만2848명(2015년)으로, 10년 새 209%나 증가했다. ‘등만 대면 잔다’는 10대와 20대마저 이 기간에 각각 2077명에서 4005명, 1만2437명에서 2만6682명으로 2배가량으로 늘었다.

드러나지 않은 수면장애 환자는 훨씬 더 많다고 의료계는 진단한다.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의 연구에 따르면 수면장애 환자에 △정신질환으로 인한 수면장애 △병원 진단을 받지 않고 수면제를 복용한 경우를 종합해 분석해 보니 수면장애 여성은 2002년 국내 인구의 2.5%에서 2013년 5.8%로, 남성은 1.3%에서 3.4%로 증가했다. 국내 인구(총 5107만 명·2015년 기준)의 약 5%(250만여 명)는 수면장애를 앓고 있는 셈.

전문의들은 수면장애 중에는 밤에 잠을 설치는 ‘1차 불면증’ 환자가 가장 많다고 말한다. 이어 자다가 숨이 막혀 컥컥거리는 ‘수면무호흡 증후군’, 밤에 다리가 저려 잠에서 깨는 ‘하지불안 증후군’ 순이다. 잠을 충분히 자도 낮에 잠이 쏟아지는 ‘과다수면증’, 꿈을 꾸는 중에 소리를 지르는 ‘렘(rem) 수면 행동장애’도 증가 추세다.

서울아산병원 정석훈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입시, 취업, 퇴직, 노후 등 삶에 대한 중압감이 커지면서 스트레스가 높아졌고 이로 인해 수면 리듬이 깨진 사람이 많다”며 “국내 우울증 환자가 증가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도 수면장애의 주범 중 하나다. 밤에는 뇌에서 수면을 유도하는 ‘멜라토닌’이 분비된다. 하지만 스마트폰 화면의 밝은 빛을 일시적으로 쏘이면 멜라토닌 분비가 저하된다. 비만율 증가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2006∼2015년 국내 비만율은 26.4%에서 28.1%, 고도비만율은 2.5%에서 4.1%로 늘었다. 체중이 늘면 수면무호흡증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진다.

‘불면의 밤’을 극복하려면 ‘수면에 대한 강박’부터 해소해야 한다고 신경과 전문의들은 강조했다. ‘푹 자야 한다’는 부담 자체가 스트레스가 돼 불면증의 원인이 된다는 뜻이다. 수면제는 피해야 하지만 꼭 먹어야 한다면 ‘제대로’ 복용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무턱대고 일찍 복용할 게 아니라 목표 기상시간 7시간 전에 복용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근본 해법은 ‘각성 시간’을 잘 보내는 것. 하루 평균 7시간을 잔다면 나머지 17시간(각성 시간) 동안 ‘밤에 못 잤다’고 잠을 보충하기보다 열심히 활동을 하면 수면장애가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삼성서울병원 홍승봉 신경과 교수는 “수면장애는 다양한 요인으로 발생하는 만큼 진단을 통해 원인부터 정확히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수면장애#불면증#스마트폰#스트레스#수면 리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